
제주시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이호해수욕장이 끝나는 곳에 현사마을이 있다.
현사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좁은 농로길에 접어들면,
지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푸른 빛을 더해가는 보리들의 물결을 만날 수 있다.
그 푸르름이 끝나는 곳에 있는 마을이 내도동이다.

그 곳 해변에는 도심의 번잡함에 찌든 우리의 마음을 어우르는 곳이 있다.
파도가 올라 왔다 내려가며 작지(자갈)를 어루만지면,
따그르르르...
따그르르르...
작지들이 반가운 소리로 노래 부르는 곳.
'알작지'라고 부르는 해안이다.
알작지는 마을 아래에 있는 아주 잘잘한 돌(작지)이라는 뜻의 제주말이다.
자갈은 색깔도 다양하고 크기 또한 다양하다.
크고, 작고, 붉고, 검고, 황갈색을 띄는 등
울긋불긋하고 다양한 자갈돌들이 해안의 경사면에서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 나갈때 내는 소리로 아름다운 곳이다.

알작지의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이지만 규모는 많이 작아졌다고 한다.
여기가 자갈 천지임은 알작지 서쪽에 위치한 내도동 방사탑과 이 일대 돌담 모두가 바닷가 자연석으로 쌓여있다는 점에서 능히 알 수 있다.
제주시 유형문화유산 제4호인 '내도동 방사탑'
방사탑 옆의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내도동 방사탑은 남쪽지경에서 마을에 나쁜 부정(不淨)이 자주 비추어서 마을에 해를 입어 탑을 쌓고 그 위에 거욱대를 세워 액운을 막음으로서 마을사람들이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믿고 있어 방사탑을 쌓았는데, 그 규모는 하단 지름 396cm, 상단지름 378cm, 높이 195cm 이며, 바닷가 자연석을 이용하여 층층이 높이 쌓았고, 속은 잡석으로 채워져 있으며, 돌탑위에는 높이 82.6cm, 새로 35cm의 길쭉한 현무암이 세워져 있다.

알작지 동쪽 일대의 바위들은 재미있다. 알작지의 자갈과 함께 또 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알작지만 보고 간다면 뭔가를 빠뜨린 여행이 되고만다.
반드시 동쪽 일대의 바위군을 둘러봐야 제 맛이다.
우선 동물을 닮은 바위를 찾아내보자.
알작지가 끝나는 동쪽 지점에서 바다를 쳐다보면 개를 닮은 모양의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또한, 바닷가로 내려가 동쪽으로 가면서 보면 여러 가지 모양의 바위들을 만날 수 있다.
찾아보며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보는 것도 좋은 재밋거리가 될 것이다.

해변에 있는 체육공원을 지나 동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일종의 해안분구가 나온다.
그곳을 주민들은 ‘앙아지개’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거북이가 찾아와 마셨다는 ‘구심물’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졸졸 흐르는 물만 예전의 터임을 알려준다.
'앙아지개' 바로 위 바위는 거북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으며,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나간 용암벽의 바위는 끊어짐 없이 하나로 이어져 마치 용의 등을 보는 듯 하다.

내도동 해안의 동쪽 끝에는 초소가 있는데, 초소는 이호동과 내도동의 경계이며, 그 초소 못 미처에 내도 본향인 '큰당'이 있다.
'천지천왕 새금상또 김씨 할으바님'을 당신으로 모시고 있다. 물색(物色)이 선명한 것을 보면 지금도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당이다.

외도동과 내도동은 옛날에는 '도근내' 하류 주변에 형성되어 있는 마을이라 '도근내마을(都近川里)'이라 하였고,
내 바깥쪽은 '밧도근내마을(外都近川里)', 안쪽은 '안도근내마을(內都近川里)이라고 하다가, 지금은 '내도동'과 '외도동'으로 불리고 있다.
'도근내'가 흐르다 바다에 이르는 길목의 이름이 '개올레'이다.
'올레'가 마을길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드나드는 좁은 골목 비슷한 길을 두고 이르는 말이듯, 내 하류의 폭이 좁은 냇물과 넓은 바닷물이 서로 마주치는 지점이어서 '개올레'라 불렀다.
이 일대는 원래 모래톱을 이루는 곳이었다. 식민시대에 지금의 국제공항에 군사비행장을 만들면서 이 곳의 모래를 죄다 실어가 버려, 지금은 한켠에 그 흔적만이 남아 있다.

외도2동인 '연대마을' 입구에는 '마리못(頭池, 馬耳池)'이 있다. 못의 형상이 말의 귀와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마르지 않는다는 가막샘의 민물과 밀물때 들어오는 바닷물이 섞이는 못으로 물고기가 알을 부화시키고 성장하는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외도2동은 옛날에 '듬북개(藻腐浦)'연대가 있었다는 데서 민간에서는 주로 '연대마을'이라고 한다.
듬북개연대는 서쪽으로 남두(南頭 : 신엄 남도리)연대 동쪽으로 수근(修近)연대와 교신하였다.

연대마을이 끝나는 서쪽 해안에 비교적 깊숙히 만(灣)을 이루는 곳에 원이 하나 있다.
'연대원'이라고 하는 이 원은 담이 이중으로 쌓여 있는 점이 이채롭다. 바깥 원담은 허물어 젔지만, 안의 원담은 그런대로 원상을 유지하고 있어 썰물때에는 지금도 동네사람들이 종종 이용하고 있다.

'작지'들의 노래소리에 귀 기울이며, 어촌마을의 풍광을 둘러보는 동안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
원담안에 갇힌 물위로 노을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