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사 관리소에서 부악을 오르는 등산로로 들어서면 바로 숲길이 시작된다.
새옷을 입은 나무들이 한층 푸르름을 더해가는 숲길은 그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지고,
바람 한 점 없는 산길은 적막감으로 가득하다, 서서히 지친 기색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계곡에 이른다.
탐라계곡이다.
동탐라계곡과 서탐라계곡을 양옆으로 거느리고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이 개미등등산로이다.
한라산을 오르는 등산로 중에서 가장 힘든다는 개미등를 타고 부악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꿩의다리]
산을 오르면서 느끼는 자신과의 지리한 싸움 끝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역시 들꽃과 풍경이다.
등산로를 가득 메운 수림 아래, 작고 소박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작은 들꽃들...
그 모습이 너무 작아, 산을 오르기 바쁜 이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들꽃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왕관바위]
개미등을 다 지나 숲길을 벗어나면 개미목에 이르고, 그 곳에는 거대한 삼각형의 봉우리가 떡 버티고 서 있다.
이름하여 삼각봉이다.
등산로는 삼각봉의 갂아지른 절벽을 돌아 용진각대피소로 이어 진다.
멀리 보이는 왕관바위에서 눈을 때면 발 아래 작은 개울이 보인다.
왕관바위 밑에는 용진각대피소가 있고, 대피소 못미쳐 개울에는 산사람들의 목을 적셔주는 조그만 약수터가 있다.
지리한 산행에 지친 몸을 추스리고, 마른 목을 축이는 나그네의 눈길에 섬쥐손이 한포기가 살포시 내려 앉는다.
용진각대피소를 지나면 다시 급경사의 등산로가 이어 지고, 나무에 의지하고 바위에 몸을 기대며 경사로를 오르다 잠시 눈을 돌리니,
장구목 언저리에 구름띠가 흘러 간다.
[흰땃딸기]
[섬매자나무]
용진각을 지나. 왕관바위을 넘어 구상나무 숲을 지나면 동릉 정상에 다다른다.
갈수기로 인해 많이 말라 있는 백록담에 잠시 눈을 돌리려니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이 빨리 내려가라 한다.
하산을 서두르는 발길에는, 동릉 북쪽 구름 덮힌 하늘 아래 오름 군락이 채인다.
흙붉은오름, 돌오름, 사라오름.....
[Posted 2005년 6월 24일 rewrite 2016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