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산로 길을 따라 정석항공관을 지나 가시리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길 오른쪽에 이웃한 그리 크지 않은 두 개의 오름이 보인다.
먼저 보이는 것이 번널오름이고 뒤에 것은 병곳오름이다.
표선면 가시리 안좌동 북쪽에 위치한 병곳오름은 녹산로 길가의 자그마한 오름표지판으로 진입하여 시멘트포장도로를 700여 미터 들어가면 탐방로 입구를 만날 수 있다. 입구에는 승용차 서너대쯤 세울 수 있는 주차장도 있다.
병곳오름은 산체가 비교적 크고 가파른 사면을 이루고 있으나, 남쪽 사면은 남동쪽으로 등성이가 길고 완만하게 뻗어내려 간다.
산 정상부는 우묵하게 화구가 패어 북동사면의 골짜기로 이어진 것이, 원래 원형 화구였던 것이 한쪽이 파괴되어 말굽형 화구를 이룬 것으로 추측된다.
분화구 안에는 억새가 무성한 가운데 묘가 몇 개가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나무계단이나 야자매트로 잘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조금 오르면 길은 좌우 두 방향으로 갈라지고, 그 길은 오름 능선을 따라 굼부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오름은 전 사면에 삼나무와 해송이 주종을 이루는 잡목이 가시덤불과 어울러져 숲을 이루고 있지만, 등성마루는 길게 이어지고 군데군데 억새밭과 더불어 전망이 트인 곳이 있어 주위를 조망하기에 좋은 오름이다.
그래서인지 전망이 트인 곳에는 쉼터가 여러 곳에 조성되어 있어 나무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오름이다.
첫 번째 쉼터에 앉으면 동쪽 가시리 방향의 풍경을 만날 수 있고, 오름 정상에 오르면 바로 한라산 방향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북쪽에 있는 쉼터에 앉으면 이웃해 있는 번널오름과 더불어 녹산로 건너편의 오름군들이 만들어낸 단아한 선들을 조망할 수 있다.

오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갈림길로 접어들기 직전에 굼부리로 향하는 길이 있다. 아마 굼부리에 있는 묘지의 후손들이 산소를 돌보기 위해 드나드는 길로 보인다.
굼부리 안으로 들어가면 전망은 트이지 않았지만 겨울철인 지금은 북동쪽 방향의 소나무숲 너머로 오름 풍경을 조금은 볼 수 있다.
병곳오름은 안좌오름이라고도 부르는데, '안좌'는 '앉은'(坐)의 뜻인지 확실하지 않다.'벵곶>병곶'의 '곶'은 '숲'을 뜻하는 제주어로 보인다.
민간에서는 '안좌오름'과 '벵곶오름'이 같은 오름을 일컫는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탐라순력도" 이전에는 '安坐岳/안좌오름'으로만 표기하였다. "탐라순력도"에 오름 이름으로 '屛花岳/벵곶오름', 마을이름으로 '安坐岳里/안좌오름모을'가 함께 표기된 이후, 오름 이름은 주로 屛花岳으로 표기하였다.
소재지 : 표선면 가시리 산 8번지 일대
현 황 : 표고 288.1m, 비고 113m, 둘레 2,584m, 면적 482,903㎡, 저경 896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