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이름을 되찾아 주고 싶은 마음을 안고 나선 길 ...
[궤물오름과 독물오름]
집을 나서니 바람이 무척 차다.
오늘도 방랑벽을 주체하지 못해 길을 나섰지만 겨울 막바지 칼바람 앞에 서니 몸이 움츠러든다.
그래도, 소파를 등에 지고 지내는 것보다는 오름을 오르는 것이 몸 건강,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오늘은 궤물오름과 독물오름을 오르기로 했다.
지금의 지도에는 괴오름(동물오름)과 북돌아진오름으로 표기가 되어 있지만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지도에는 궤물오름과 독물오름으로 되어 있다.
평화로를 따라 제주시에서 모슬포 쪽으로 가다 새별오름 입구를 지나면 화전동으로 가는 지하통로가 있다.
지하통로에서 유턴하여 제주시 쪽으로 향하면 교통정보 CC카메라 옆에 삼리공동목장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철문이 보인다. 삼리란 애월읍 봉성리, 곽지리, 금성리 3개의 리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목장이어서 붙인 이름이다.
철문은 닫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조그만 쪽문이 있어 출입하기에는 지장이 없다.
삼리공동목장 출입구 안에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 삼나무 방풍림을 지나면 철조망을 넘어 독물오름과 궤미오름 사이로 두 오름을 오를 수 있는 탐방로를 만날 수 있다.
화전동의 아덴힐골프크럽 앞 목장을 가로질러 독물오름의 남서쪽 능선으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삼리공동목장을 통해 동쪽의 궤미오름을 먼저 오르고 내려서 다시 독물오름을 오르는 것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궤물오름(궤미오름)은 북돌아진오름과 이웃한 오름으로 북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가지고 있으며, 주요 식생은 삼나무와 잡목으로 이루어진 자연림의 울창한 숲을 이루면서 숲 그늘 아래에는 새우난초, 세복수초, 백작약, 천남성 등이 자생하고 있으며, 오름 주변 목장에는 희귀식물인 갯취가 분포하고 있다.
지형이 마치 괴(고양이) 모양으로 생겼다는데서 괴오름 또는 괴미라고 불린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오창명’에 의하면
“이 오름은 일찍부터 '궤물오름‘ 또는 ’궤미오름'으로 부르고 한자로는 高美岳(고미악) 또는 궤水岳(궤수악)으로 표기하였고, 민간에서는 ‘궤미오름’이 우세하게 실현되고 있다.
여기에서 '궤'는 '고양이'를 뜻하는 말이 아니고 '바위 굴'을 뜻하는 제주어이다. ‘미’는 ‘미나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미’로 ‘믈>물(水)’의 변음 또는 이전형으로 보인다.
곧 ‘궤미’는 ‘궤믈’의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오름 북동쪽 냇가에 찬 옹달샘이 있는데 이를 ‘궤물’ 또는 ‘궤미’라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궤물'과 '궤미'는 '바위굴에서 솟아나는 물'을 뜻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고 한다.
소재지 : 애월읍 봉성리 산41번지
현 황 : 표고 : 653.3m 비고 : 103m 둘레 : 2,600m 면적 : 379,587㎡ 저경 : 862m
독물오름은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으며, 주요 식생은 해송, 삼나무, 상수리나무, 잡목 등 자연림의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바위벼랑은 수직의 암벽이며, 주변은 조릿대, 가시덤불이 무성한 급사면을 이루고 있다.
오름의 남쪽 바위벼랑 아래 사면 기슭에는 작은 하천이 가로지르는데 이른 봄에는 세복수초, 새끼노루귀, 변산바람꽃 등 다양한 봄꽃들이 탐방객을 맞는다.
국립지리원 발행 5000분의1 지도에는 동쪽의 오름(괴오름)에 '동물오름', 서쪽의 오름(북돌아진오름)에 '괴오름'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또한 ‘김종철’은 ‘오름나그네’에서 괴오름과 북돌아진오름을 하나의 오름으로 보고 괴오름의 별칭을 북돌아진오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오창명’에 의하면
“원래 이름은 북돌아진오름이 아니고 일찍부터 ‘독물오름’으로 부르고 瓮水岳·甕水岳(옹수악) 또는 獨水岳(독수악)으로 표기하였는데, ‘독물오름’의 현실음인 ‘동물오름’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東水岳·同水岳(동수악) 또는 東物岳·同物岳·動物岳(동물악) 등으로 표기하였다. 그러므로 ‘독물오름’보다 ‘동물오름’으로 더 알려지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또 ‘독물’은 ‘독(돌)’에서 나오는 물을 뜻하는 말이고, ‘독물’은 나중에 민간에서 ‘동믈>동물’로 음이 변하였다. ‘동물오름’은 민간에서 ‘북돌아진오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름 정상에 북과 같이 생긴 바위가 서 있어서 떨어질 것 같이 달려있다는 데서 이런 별칭이 붙은 것이다.
기록하는 지도마다, 설명하는 책마다 다른 두 오름의 이름. 그 제대로 된 이름은 찾을 수 있는 걸까?
[궤물오름 입구에서 보이는 새별오름에는 들불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소재지 : 애월읍 봉성리 산41번지
현 황 : 표고 : 643m 비고 : 118m 둘레 : 2,177m 면적 : 333,981㎡ 저경 : 735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