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쪽지방에서 부터 시작되는 단풍은 10월말이 되어서야 한라산에 닿는다.
가을이 되면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위해 전국의 산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한라산의 단풍은 그 운치가 떨어진다고들 한다. 단풍이 드는 낙엽활엽수가 적고 또 붉은색으로 물드는 나무가 적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단풍철 주말이 되면 어리목과 영실을 향하는 등산객들로 1100도로는 몸살을 앓는다.
산 정상에 올라 발밑에 펼쳐지는 단풍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산행도 좋겠지만,
붐비는 등산로가 아닌 호젓한 숲길을 걸으며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한대오름’을 향하는 숲 입구를 들어서면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낙엽 쌓인 길이 우리를 반겨준다.
숲길이 물기를 머금어 아삭아삭한 맛은 덜하지만, 그래도 기억나는 싯구를 떠올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싯구절을 외우며 낙엽 쌓인 길을 무심히 걷다 문득 올려다 본 숲은,
철렁하며 가슴에 멍이 들듯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그 옛날 아름다운 소년 나르시즈가 호수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 호수로 뛰어 들었듯,
저 고운 단풍잎도 지금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로 뛰어든 것일까?
숲길을 따라 1시간여를 가면 공터가 나온다. 공터를 지나 오름을 향해 가다보면 오름 기슭에 습지가 보인다. 습지를 한바퀴 돌고 정상을 오른다.
오름 정상에서 숲 너머 서쪽으로 보이는 오름 풍광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안개가 끼어 풍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지난 한 주의 피로를 풀기에는 충분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린다.
그리 힘들지 않은 숲길.
정다움과 함께 쓸쓸함을, 푸르름과 함께 황혼의 멋을 즐길 수 있는 숲길 단풍여행은 그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오름이름의 유래]
일찍부터 한대오름, 한데오름으로 표기하였다. '한'은 大(큰)의 뜻을 가진 고유어로 보이며, '대'는 '곳, 장소'를 뜻하는 '데'로 보인다. 곧 '넓은 곳'의 뜻이다. 실제 주위가 넓은 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름만 일컬을 때는 보통 '한데오름'이라 하고, '한대오름'을 포함하는 주변의 등성이와 숲 일대를 아울러 '한데비케'라 부른다. |
[가는길]
1117번도로(산록도로)를 따라 가다 웅지리조트 건너편 시멘트 길로 들어가면 바리메 큰오름 기슭에 다다름. 바리메 큰오름과 족은오름 사이 임도를 따라 계속 가다 오른쪽으로 난 길로 접어들어 가면 입구에 도착함. 입구에서 숲속 길을 따라 가다 세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오름 기슭(공터)에 도착하고, 오름을 향한 길을 따라 계속가면 정상에 도착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