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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立夏)된지도 벌써 한 달...
무더운 낮과 쌀쌀한 밤이 계속되고 있는 6월의 풍경은,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회색 구름 아래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현충일 충혼묘지 참배를 일찍 마치고, 무거운 마음을 털어버리려 길을 나섰다.

대지를 얇게 감싸는 안개 속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한라산의 위용은,
인간의 가치가 얼마나 사소한 것인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인간의 존재란, 들판에 서 있는 한그루의 나무처럼, 우주를 구성하는 작은 부속품은 아닐까?

자연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개체들은 다 그 존재 가치가 있고,
그 가치는 혼자 존재함으로써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인정해 줌으로써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리라.


언젠가 산길을 걷다가
바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람,
그 자체로서 그를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섶에 우뚝 선 나뭇잎이 살랑대거나
목이 긴 원추리가 흔들거리는 것을 통해 비로소 바람을 보았던 것이지요.
땀으로 젖은 내 살갗에 바람이 닿았을 때 이윽고 그가 바람이 되었듯이
사람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나 이외의 또 다른 사람이 있어야만
그제야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 이지누의《우연히 만나 새로 사귄 풍경》중에서-

잔인한 달 5월이 가면, 아픔의 달 6월이 온다.
흐르는 역사 속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슬픔을 안겨주었던 6월,
지금, 6월의 하늘은 눈부시게 파랗다.
아픔을 가진 영혼들이 회색의 하늘을 감싸 안아 하얀 구름으로 흘러가고,
오늘, 우리들은 파란 하늘 아래서 기도한다.
슬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쪽빛 바다와 하얀 파도, 모래 위를 걷는 한 쌍의 연인...
바닷가 언덕에 앉아 바라보는 제주의 바다는 그렇게 아름답다.
아름다운게 어디 바다 뿐이랴.
다시 흘러가 새로 쓰는 역사속에서, 또 다시 후회와 슬픔의 과거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의 우리는 이 아름다움을 길이 지켜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