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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다의 또 다른 매력을 찾아 -- 표선해안을 가다

by 오르미 posted Dec 20, 2005



20년만의 초겨울 한파가 대설주의보를 앞세워 제주섬을 강타한 일주일 내내 꽁꽁 얼어 붙은 섬은,
추위를 못 이겨 가쁜 숨을 몰아쉬는 가녀린 생명체들의 몸부림에도 한사코 그 기운을 거두려 하지 않는다.  
차가운 겨울 또한 제주섬 어디를 가도 보이는 것은 바다요, 그 곳에 있는 것은 온몸을 때리는 매서운 칼바람 뿐이지만,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 온 제주사람들에게는 떨쳐 버려선 안되는 곳 또한 바다이다.
그 바다를,
차가운 북서풍을 피해 동쪽으로 표선 해안을 돌아본다.

일주도로(12번국도)를 따라 동으로 성산읍 신산리를 지나 삼달2리에 다달으면 도로와 인접한 동쪽 바다에 포구가 하나 보인다.
'주어코지'이다.
삼달리는 삼달1리와 삼달2리로 나뉘는데, 삼달1리의 옛이름은 '와겡이'이다. '와겡이'는 고유어로 보이는데 그 뜻은 확실하지 않다.
삼달2리의 옛 이름은 '주어코지'다. '주어코지' 일대에 형성된 마을을 '주어동'이라 한다. '주어'의 뜻은 확실하지 않으나, 고기가 많이 모인다는데서 붙였다는 해석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오창명, "제주도 오름과 마을이름"에서)
삼달2리를 지나면 바로 신천리와 만난다.

@ 천미천 하구
신천리의 옛 이름은 '내깍'이다. 川尾는 '내깍'의 한자 차용 표기이다. 곧 '내의 끝'이라는 뜻이다.
'내깍' 주변에 형성된 마을을 '川尾村/내깍모을'이라 하였다.
18세기 후반에 '내깍모을' 중 아래쪽에 있는 마을을 '알내깍/下川尾'이라 하고, '알내깍마을' 중 내 동쪽에 새로 생긴 마을을 '새내깍모을/新川尾里'이라 하였다.
신천리 '내깍개'에는 '내깍연대/천미연대'가 있었다. 동쪽으로 '그등개(말등포)'연대에 응하고, 서쪽으로 '소마롯개(소마로)'연대에 응한다.

@천미(내깍개)연대
성산읍 신천리와 표선면 하천리를 경계 지으는 하천이 천미천이다.
한라산의 돌오름 부근에서 발원하여, 제주시 봉개동과 북군 조천읍, 구좌읍을 거치면서 우회하여 남군 표선면과 성산읍을 경계로 남류(南流)하는 도내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3개 시군을 거치며 총연장 25km에 걸쳐 흐르는 천미천은 본래 개로천(介路川, 盖老川)이라 했다. 개로천은 길이 열리는 내라는 뜻이다.
1961년 일주도로가 천미천을 가로질러 통과하면서 다리가 놓이게 되었는데, 다리 이름을 두고 하천리와 신천리 사이에 '다리이름' 분쟁이 발생하였는데 결국 '평화교'라는 이름을 받아들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평화교'는 길이가 104m에 폭이 24.5m에 달하는 꽤 큰 다리이다.

@ 평화교
신천리를 지나면 표선면 하천리이다.
하천리의 옛 이름은 '내깍>알내깍'이다. 민간에서는 주로 '내끼'라고 한다.
18세기 후반에 '웃내깍>웃내끼'(지금의 新豊里)에 대응되는 '알내깍>알내끼/下川尾里'라 하고, 19세기 중반에 尾를 생략하여 하천리로 표기하기 시작하였다.
하천리 해안과 표선해수욕장이 만나는 해수욕장 동쪽 해안선을 따라 높이 2-3m의 사구층을 볼 수 있고, 또 다른 해빈을 이루고 있다.

@표선사구
표선리의 옛 이름은 '페션모르>페선모르>표선모르'다. 민간에서는 '페선이>표선'이라고 한다.
표선해수욕장은 썰물 시 드러나는 모래사장의 길이가 500여m에 이르는 매우 넓고 평평한 해빈을 이룬다. 도내에서 가장 넓고 평평한 백사장이다.
이 곳 해수욕장은 매우 가는 모래로 이루어진 넓은 지형을 가지고 있지만 밀물이 되면 대부분의 백사장은 잠겨 버린다.

@ 표선해수욕장
표선마을 남쪽, 해수욕장의 끝에 포구가 있다. '당케'포구이다.
어지간한 썰물에도 바닷물이 빠져 버려 백사장에 배를 댈 곳이 없었기에 조간대 중층에 있는 '당케'를 포구로 삼았다고 한다.
지금은 커다란 방파제를 쌓아 물때에 관계 없이 포구의 어디에든 배를 붙일 수 있지만, 사람의 힘으로 방파제를 쌓기 힘들었던 옛날에는 자연적인 지형지물을 의지해 포구를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당케포구(표선포구)
당케포구 옆에 당케 해신당이 있다.
神은 하로영산서 솟아난 세명주활망(風神)으로 '설문대할망'의 변형으로, 주로 표선리 어부와 잠수들이 이 곳을 찾는다.

@ 해신당
표선해수욕장에서 세하2리 해안을 연결하는 해안도로가 일찍이 개설되어 있다. 이 곳 해안은 특히 암반조간대가 발달되어 있는데, 암석은 파호이호이용암류(빌레용암)로 표면이 평평한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해안선을 따라 넓은 폭의 암반 조간대가 펼쳐지고, 곳곳에 원담과 용천수가 발달되어 있으며 작은 포구도 있다.

@ 해안도로

겨울 바다    
                      -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싶던 새들도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혼령(魂靈)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암반조간대 모습

@ 표선해안도로의 가마리 쪽 해안 암반대는 표면이 붉고 꺼칠꺼칠 한 아아용암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아용암은 표면이 거칠어 걷기 힘든 용암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 해안도로 세화2리 쪽 입구 해변에는 앙증맞은 등표가 하나 서있다.
세화2리의 옛 이름은 '바마롯개'이다. 이 '바마롯개'가 19세기 말 「제주삼읍전도」에 '加麻路浦/가마롯개'로 잘못 표기되면서, 이 일대 마을을 可麻洞, 加麻洞이라 하다가 오늘날 加麻里란 이름으로 굳어졌다.
'바마로'의 뜻은 확실하지 않다. '가마로'는 속칭 '개모르' 또는 '갯모르'의 변음이라고 하나 확실하지 않다. 옛 지도에 '甫毛所川/보모솟내'로 표기된 내가 오늘날 지도에는 '加麻川/가맛내'로 표기되어 있다.
'바마롯개' 가까이에 '바마롯개(소마로)'연대가 있어, 동쪽으로 '내깍(천미)'연대와 응하고, 서쪽으로 '펄개(벌포)연대와 응했다고 한다.

@소마로포(생걸이)

20년만의 매서운 추위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이 겨울에 새삼스레 바다를 찾는 것이 사믓 청승 맞을지도 모르지만,
밀려오는 파도를 벗삼아 비상하는 괭이갈매기들을 바라보며,
한여름,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여름바다의 답답함이 없어 좋고,
맞바람을 맞아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벗삼아, 모래사장을 걷는 여유로움은 겨울바다의 또다른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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