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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길---비자림로에 가면...

by 오르미 posted Nov 03, 2004


언젠가 정부에서 시행한 '아름다운 도로' 선정 공모에서 지방도 1112호선인 비자림로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었다.
아마 2차선의 좁은 길을 따라 꾸불꾸불 삼나무 숲길이 조성되어 있어 이국적인 인상을 주어 선정된 듯하다.
이런 숲길을 제대로 감상하고 몸으로 느끼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걸어가며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긴 거리를 걷기는 쉽지 않기에 자전거를 이용하여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드라이브를 하자.


제1횡단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오르다 보면 오름을 배경으로 탁 트인 넓은 벌판이 나온다.
곰솔이 군데군데 서 있는 벌판에는 제주토종말인 조랑말들이 방목되고 있다.
바로 '제주마 방목지'이다.
제주마인 조랑말은 몸집이 작아서 과수나무 밑을 갈 수 있는 말이라 하여 '과하마(果下馬)'라 하기도 하는데,
1986년 혈통 및 종보존을 위하여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뛰노는 조랑말들과 숲 건너 보이는 오름과 한라산을 향해 심호흡을 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오늘의 여행을 시작하자!


제주마 방목지에서 서귀포 쪽으로 1km정도 가면 교래리 방향의 갈림길이 나타난다.
바로 이 갈림길부터 구좌읍 평대리까지가 1112번도로인 '비자림로'이다.
입구에서 부터 삼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숲길을 따라 가다보면 길 왼쪽으로는 군데군데 무덤들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제주 특유의 하천인 건천들이 보인다.


조그만 다리들과 하천들은 본토의 물이 항상 흐르는 시내와는 다른 제주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잠시 차에서 내려 깊어 가는 가을의 향기를 맡으며 오솔길도 걸어 보면 좋을 것이다.
급하게 굽은 내리막길을 지나면 바로 왼쪽으로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돌아 보면 좋지만 무시하고 계속 직진이다.


잠시 가다보면 길가에 외줄로 심어진 삼나무 너머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억새의 하얀 모습도 볼 수 있다.
계속 가면 교래리에 닿는다. 교래리는 토종닭 백숙과 말고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배가 고프면 내려서 요기를 하고 가도 좋지만 시간이 너무 걸린다.
먹는데 시간을 다 소비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교래 4거리를 지나 산굼부리 방향으로 계속 가자.


산굼부리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동부지역의 오름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오고,
조금 가면 승마장 오른쪽으로 가시리로 향하는 3거리가 나온다.
한 500미터 정도만 들어가서 잠시 주위의 오름풍경을 감상하고 가는 것도 좋다.
조금 쉬었으면 숨을 가다듬고 다시 오던길로 돌아선다.


조금 더 가면 대천동4거리가 있다.
이 곳에서 우회전 하면 성읍민속마을과 표선으로 갈 수 있다.


비자림로는 직진을 해야 한다.


대천동4거리를 지나 조그만 다리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돌로 세운 표석을 볼 수 있다.
4.3당시 잃어버린 마을 "장기동"에 대한 표석이다.
"제주4˙3유적Ⅰ(제주도)"에 따르면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에는 4.3당시 잃어버린 마을이 장기동, 알송당, 너븐밧(광전동), 가시남동 등 4곳이 있다.
"장기동"은 약 15호 정도에 80여명의 주민이 살았던 마을이다.
1948년 11월 22일 군경토벌대는 송당리 전지역을 초토화시켰다.
1949년 5월 하순, 이곳 저곳에 뿔뿔이 흩어져 살던 주민들이 송당리가 재건되면서 올라왔다.
하지만 원래 살던 장기동은 본동과 멀리 떨어져 있어 당장 복구되지 못했고,
이후 사태가 완전히 평정된 이후에도 주민들이 돌아가지 않아 잃어버린 마을이 되고 말았다.
특히 장기동은 최후의 무장대원으로 알려진 "오원권"의 고향이다.
그는 초토화 이후 해안마을로 피신했다가 입산한 후 최후까지 살아남았는데,
1957년 4월 2일 장기동 인근에서 생포되었다.
현재는 송당목장 부지에 편입되어 있으며, 당시의 흔적은 드문드문 보이는 대나무 숲 등이 있을 따름이다.


대천동 4거리에서 송당까지 가는 길에는 주위에 목장들이 조성되어 있다.
옛날 이승만대통령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집이 있는 목장길은 빽빽히 들어찬 삼나무 숲길이 이색적인 곳이다.


목장의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에게 잠시 눈길을 주고 다시 길을 떠난다.


조금 가면 수산2리 갈림길(3거리)이 나온다.
우회전하면 성산까지 갈 수 있고, 오름과 들판을 볼 수 있다. 비자림로는 직진이다.


송당4거리 가기 100여m 전에 송당본향당이 있다.
입구 오른쪽에 돌 표석에 한자로 "제주신당지원조(濟州神堂之元祖) 송당본향당 무형문화재지정"이라 적혀 있다.
진입로를 따라 100m정도를 가면 사당 같은 건물이 보인다. 철구조물 가장자리의 팽나무 밑이 신전이다.
표석에 쓰여진 것처럼 흔히 송당 본향당은 제주 신당의 원조라고 알려져 있고, 이 곳의 당굿은 제주도무형문화재 5호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 당이 제주도 모든 신당의 원조는 아니다.
제주시 도두 서쪽으로는 송씨 할망당이, 한림 금악을 중심으로 해서는 축일당·오일당이, 그리고 서귀포지역에는 한라산신계의 신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송당 본향당은 제주 동북부 신당들의 원조라고 말하는게 오히려 정확하다.
제주의 당은 오랜 세월 제주지역 기층민들의 신앙장소로, 마을과 개인의 안녕을 보살펴 주는 곳이다.
마을을 수호하는 본향당 등에서는 심방을 모셔다가 굿을 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드나들며 비념을 하기도 했다.
제주사람들에게 당은 굿을 통해 신 또는 조상들과 신인동락(神人同樂)하며 삶의 토대를 강화하고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제주민들은 돌과 나무처럼 자연의 대상물을 신격화해 의지 처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송당 4거리에서 직진하면 비자림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길 옆으로 밭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제주섬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잠시 눈여겨 보고 가자.
제주 돌담의 종류는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외담'은 '잡담'이라고도 하며, 주변에 흩어진 돌들을 외줄로 크기나 모양에 상관없이 쌓아올린 담이다. 주로 밭 경계를 두를때 이용한다.
'백켓담'은 담의 아랫부분을 작은 돌멩이로 빈틈없이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린다. 그 위에 큰돌로 틈새가 나도록 한 줄로 쌓은 담이다.
'겹담'은 안팎 두 줄로 큰돌을 쌓고 그 사이에 잡석을 채워 넣어 완성한 담이다. 무덤을 두른 산담에서 볼 수 있다.
백켓담이나 겹담 등은 경작지의 잡석을 제거하여 농사를 쉽게 짓기 위한 방편으로 많이 쌓아졌는데
자갈을 넓게 쌓아올려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게 만든 '잣길', '잣벡'등도 그 한 변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잣길은 도로에 접하지 않아 진입로가 없는 밭을 경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통로로도 이용된다.
이는 남을 배려하는 미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온통 자갈로 뒤덮인 밭을 일구기 위해 밭의 자갈을 골라내어 쌓아 놓은 것을 '머들' 이라 한다.
밭의 모퉁이로 옮기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진처럼 밭 가운데 쌓아 놓는 것이다.


계속 가면 비자림 4거리가 나오며 우회전하여 50m정도 가서 다시 우회전 하면 비자림이다.
비자림은 세계에 자랑하는 제주의 보물로서 천연기념물 제 374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448,165㎡의 면적에 300∼600년생 비자나무 2,880여 그루가 밀집하여 자생되고 있는 平地林(평지림)이다.
나무의높이는 7∼14m, 직경은 50∼110㎝ 그리고 수관폭은 10∼15m에 이르는 거목들이 군집한 세계적으로 보기드문 비자나무 숲이다.
비자림은 나도풍란, 풍란, 콩짜개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식물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비자나무는 모두 오래된 거목으로 장엄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고, 팽나무, 천선과나무, 비목나무, 예덕나무, 무환자나무, 곰의말채, 덧나무 등이 함께 자라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사된 내용을 보면 목본식물 111종이 생육하고 있고, 상록수종이 16종, 낙엽수종이 95종으로 집계되고 있다.
녹음이 짙은 울창한 비자나무 숲속의 삼림욕은 혈관을 유연하게하고 정신적, 신체적 피로회복과 인체의 리듬을 되찾는 자연건강 휴양효과가 있다.
옛부터 비자나무 열매인 비자는 구충제로 많이 쓰여졌고, 나무는 재 질이 좋아 고급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데 사용되어 왔다.
고려시대부터 제주도의 비자나무와 그 열매는 공물(貢物)로 진상되었으며, 비자는 약용으로 과세의 대상이 되었다.
이곳은 상록수림이라 언제 찾아도 그 울창함을 맛볼 수 있으며, 600-700명 정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야영장 시설도 되어 있다.
비자림의 울창한 숲을 뒤로 하고 오늘의 여행을 마친다.

제주도여행

제주도 이곳 저곳을 발길 닿는대로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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