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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칼바람을 뚫고 다녀 온 세화-종달해안도로

by 오르미 posted Dec 06, 2004


516도로에서 시작된 비자림로가 끝나는 곳 일주도로에는 평대리라는 마을이 있다.
평대(坪垈)는 '평평한 둔덕'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제주어로는 '벵디'라고 한다.
해안선이 평평한 용암류로 된 지형구조를 나타낸 마을 이름이다.
평대리를 지나 일주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조금 가면 세화리가 나온다.
세화(細花) 마을의 옛이름은 '고는곶(제주어)'이다.
여기에서의 '곶'은 곶자왈을 의미한다.
아끈다랑쉬에서 시작된 가느다란 곶이 마을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 세화리에서 시작된 해안도로가 종달리를 거쳐 시흥리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은 이 해안도로를 따라 종달리까지만 가 보기로 하자.
---
전날까지 비를 뿌렸던 검은 먹구름이 하늘 가득 흘러 가고, 간혹 그 사이를 비집고 햇살이 내려온다.
해변에 들어서니 하얀 칼바람이 온 몸을 헤집고 지나간다.
두 발로 서 있기 조차 힘든 바람이다.


해안도로가 시작되는 세화 해변에는 예전에는 크지는 않지만 해수욕장이 있었다.
지금은 해안도로 개설을 위한 매립과 주변 포구의 방파제 확장으로 인해 모래가 심하게 유실되어 있어,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은 이미 잃은지가 오래다.
그래도 매서운 겨울바람을 타고 갈매기들은 날아 오른다.



...
바다에서 편지가 왔다.
겨울을 사랑하는 친구가,
겨울바다를 찾아가
외로운 바다와 겨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겨울바다는
물새의 꿈처럼 외롭기만하다.
...
황금찬 "바다에서 온 편지"중에서


하도마을 포구에는 별방진성(別防鎭城)이 있다. '별방(別防)'은 하도리의 옛이름이다.
조선시대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시설로 해안요충지에 9개의 진(鎭)을 설치하고 성(城)을 쌓았다.
본래 이곳에는 진(鎭)이 설치되지 않았고, 진성(鎭城)도 없었다.
중종 5년(1510)에 장림(張林)목사(牧使)가 이 곳이 우도로부터 왜선이 가까이 댈 수 있는 곳이므로 별도의 성을 쌓고,
김녕방호소를 이 곳으로 옮겨 '별방'이라 이름하였다고 한다. 별도의 특별방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1973년 제주도 기념물 제24호로 지정하고 최근에는 복원을 하였다.


성에는 본래 동, 서, 남쪽에 하나씩 문이 있었는데
현재에는 남문지 주변의 외벽만이 비교적 원형대로 잘 남아 있다.
원형의 성벽과 복원된 성벽이 너무 안 어울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 곳 해안도로 여기 저기에는 환해장성이 남아 있다.
외적을 막기 위해 해안선을 돌아가며 3백여 리에 걸쳐 성을 쌓았는데 이를 환해장성(環海長城)이라 한다.
고려 원종때 삼별초를 막기 위해 조정에서 1차로 쌓았고, 이어 제주에 진주한 삼별초군이 또다시 이를 보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부지역 해안에 남아 있는 환해장성은 최근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무너진 환해장성의 돌들을 이용해 돌탑을 쌓고 있는 것이다.
그대로 두어도 되는 것인지?


별방진을 지나면 다시 조그만 포구가 있고 그 앞 바다에 문주란 자생지로 알려진 토끼섬이 있다.
해안의 암반 조간대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토끼섬은 900여평의 작은 섬으로, 현무암 암반 위에 모래가 덮여 있다.
이 섬의 모래위에서 자라는 문주란은 남방계 식물로서, 일본 오키나와와 큐슈 지방에서 쿠로시오해류를 타고 전파된 것이다.
온 섬을 하얗게 물들이는 여름철의 토끼섬 문주란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토끼섬을 지나면 작은 모래 해빈들이 보인다.
이 해빈의 배후에는 해안도로를 따라 사구층이 발달되어 있다.
모래사장 넘어 우도가 지척에 있다.


조금 더 가면 바다를 가로 질러 길게 뻗은 길이 나타나고, 그 오른쪽으로 호수가 나타난다.


이 곳이 요즘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철새도래지이다.
하도리 양어장인 이 곳은 북쪽에 바다가 있고 방파제와 수문이 나 있어 바람을 막아주고 수심을 조절해 준다.
남쪽으로는 넓은 갈대밭이 있어 여름철새의 주 번식지이며, 겨울철새의 은신처가 된다.
수심이 40cm 이하로 얕고, 숭어, 농어, 검정망둑, 꾹저구 등의 어류가 분포하여 조류의 좋은 먹이가 된다.
특히, 세계적으로 위기종인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가 매년 소수의 개체가 도래하며,
황새, 뒷부리장다리물떼새, 원앙, 맹금류 등도 볼 수 있다.


철새도래지를 지나 길게 뻗은 방파제 위 도로를 따라 조금가면 언덕배기에 '고망난 돌 쉼터'란 소공원이 있다.
벤치에 앉아 겨울바다의 고즈녁함을 느끼는 여유로움도 필요하지 않을까?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 종달리 쪽으로 향한다.
길 오른쪽으로 지미봉의 능선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탁 트인 바다가 들어온다.
바다가 뿜어 내는 매력에 취해 달리다 보면 동산위에 있는 전망대가 보인다.
투물러스 언덕위에 배 모양의 전망대를 만들었다.
투물러스(tumulus)란 내부에 있는 유체의 용암과 굳어진 용암 표면의 압력차에 의해 발생하며,
부풀어 오른 언덕 모양을 갖는 용암류의 표면 형태이다.
주위 전망을 보기에는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육지에 오른 배가 좀 흉물스럽다


전망대 바로 옆에 있는 궤에는 '당(堂)'이 하나 있다.
종달리의 '생개납 돈짓당'으로, 해녀들이 초하루와 보름에 돼지머리를 올리고 풍어와 해상안전을 비는 곳이다.


당과 종달리 포구 사이에는 '작지도'가 있다. 작지(자갈)가 많은 갯벌 조간대이다.
이 곳에도 많은 새들이 먹이를 찾아 모여 있다.


종달리 포구인 두문포는 성산포항과 같이 우도 도항선의 기착지이다. 하지만 겨울에는 손님이 없어 운항하지 않는다.


두문포를 지나 시흥리 방향으로 가면 종달·시흥 갯벌이 나온다.
남제주군과 북제주군의 경계에 해당하는 이 곳은 해안 조간대로서,
모래로 이루어진 드넓은 갯벌 조간대가 펼쳐져 있다.
제주도에서 유일한 갯벌 해안으로
여름철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발 디딜 틈(?)도 없이 몰려나와 조개를 잡는 곳이지만
지금은 겨울 철새들만 한가로이 먹이를 잡고 있다.
이 한가로움이 겨울 바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찾고자하는 것이 아닐까?


평대리에서 시작된 오늘의 제주여행은 여기까지다.
해안도로에 들어서면서 나를 반겼던 매서운 바닷 바람은 아직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너머 행원의 풍차가 또 하얗게 다가 온다.

제주도여행

제주도 이곳 저곳을 발길 닿는대로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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