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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풀이

☞ 이해돕기

posted Feb 25, 2003 Views 4140 Likes 0
'천지창조' 하면 우리는 기독교의 '하나님'을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이 일주일 만에 천지와 만물을 창조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형상을 딴, 사람 한 쌍을 만들어  그 이름을 아담과 이브라 하고 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살 게 했다는 것이다.

  또 '신화' 하면 금방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를 떠올리게 된다. 제우스를 수장으로 한 온갖 신들이 올림포스산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 신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재미있는 내력 곧 '신화'를 갖고 있다.

  천지의 생성이나 신들의 이야기를 하면 곧잘 기독교의 하나님이나 그리스, 로마를 떠올리는 것은 우리의 교육이 서구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이 못지 않은 '개벽'의 이야기와 신화들이 있다. 섬나라인 제주도에 우리의 개벽신화가 남아 전해지고 있으며 아직도 이곳의 주민들은 그 이야기를 구송하면서 민간신앙의 근거로 삼고 있다.

  개벽을 이야기하는 이 신화는 우주생성의 가정을 서정적이고도 독특한 자연관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점이 바로 다른 신화와 구분되는 우리 신화의 특수성이라 할 것이다.

  "동쪽 하늘에는 파란 구름, 서쪽 하늘에는 하얀 구름, 남쪽 하늘에는 빨간 구름, 북쪽 하늘에는 검은 구름, 가운데에는 누런 구름이 떴다"는 표현은 동양의 다섯 방위와 색깔의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색깔의 개념은 동청룡, 서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사신도(四神圖)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천지왕'이라는 신의 이름은 구전자에 따라 '옥황상제'라고도 한다. 또 경우에 따라 동일시되는가 하면, 동시에 등장해서 천지왕이 옥황상제의 밑자리에 있는 듯이 묘사되기도 한다. 신화의 구도상 천지왕이나 옥황상제나 신들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신이고 천상을 차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래도 옥황상제라는 신의 이름은 신화가 생성하여 구전되는 과정에서 아주 나중에 끼어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신의 경우 다른 신화와 유다르게 개념이 다소 추상화되어 있다. 때문에 신앙민들에게도직접적인 신앙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경원해야 할 하나의 절대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천지왕이나 옥황상제의 밑에는 일만 팔천여의 신이 있다. 이들 중에서 '화덕진군'과 '생불할망'은 반드시 그를 보좌하고 다닌다. '화덕진군'은 벼락과 불을 가지고 있으면서 못된 이를 징벌하는 천벌의 상징인 반면, '생불할망'은 인간들에게 생명을 가져다 주고 무한한 애정의 손길로 돌보아 주는 어진 신이다.

  이 신화는 '큰 굿'을 할 때 맨 처음 구송된다. 제주의 굿은 크게 '큰 굿'과 '작은 굿'으로 나눈다. 큰 굿은 모두 열 두 거리로 이뤄졌으며 각 거리마다 다 독립적인 장르이면서 또 서로 다 보완적이고 상호작용한다. 작은 굿의 대목은 대중없으며 큰 굿에서 행해지는 어느 한 거리만을 떼어내어 츠는 경우 등을 일컫는다.

  큰 굿의 맨처음, 세상에 질서를 세우는 신들의 이야기인 '배포도업침'이라는 제차에서 장엄하게 읊어진다. 유교식으로 말하자면 "유세차 ..... "하고 축문을 읊어 제를 지내는 시기와 장소, 연유를 아뢰는 부분이다. 이 신화 속에서 신화가 생성되던 당시의 도민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갑자(甲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 중 '갑자'는 동양적인 시간측정단위인 '육십갑자(六十甲子)'에서 가장 앞선 시간으로, 바로 태초의 시간임을 가리키고 있다. 또 신화의 내용으로 봐서, 이곳 주민들에게는 세계의 형성이 다른 종교에서처럼 '신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동양적 사고가 깃들어 있다.

  태초에 우주는 태양도 둘, 달도 둘일 정도로 아직 혼돈의 상태다. 이 혼돈은 천지왕의 아들인 대별왕과 소별왕 즉, 신적인 힘에 의해 질서가 잡힌다. 물론 이로 인해 신들이 사람들로부터 숭배를 받을 당위성도 생기는 것이다. 개벽의 이야기가 나오다가 돌연히 실제 제주도민들의 시조인 '高, 梁, 夫' 씨의 시조의 이름이 거론되는데 이는 신화가 구전되는 과정의 한 시점에 이르렀을 때, 당시 섬 중에서 세력을 잡고 있었던 가문이 신격화하면서 비집고 들어가 등장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신들 중 저승을 차지하는 시왕은 불교에서 도입된 신들이며 제주도 민간신앙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큰 굿 중에서도 '시왕맞이' 대목이 가장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긴 시간동안 행해지며 가장 정성을 드리는 중심 굿거리이다. 이는 '시왕'이 그만큼 권능을 지닌 당당하고도 무서운 저승의 신인 까닭이다. 죽음과 사후의 세계만큼 인간에게 무서운 것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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