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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풀이

☞ 이해돕기

posted Feb 25, 2003 Views 4643 Likes 4
'개벽'의 이야기는 세상에 아직 권위를 못 세운 신들과 비도덕적이고 욕심이 많은 인간과의 투쟁으로 이어진다. 신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획득하고 세상에 도덕률을 세우기 위해 패륜아 '쉬멩이'를 처벌하기로 결정했다. 쉬멩이의 가문은 칠대에 이르도록 돈을 벌어 소도 아홉, 말도 아홉, 개도 아홉일 정도로 갑부였다. 그렇게 부자여도 욕심이 많아 패악하였으며 누구 하나 이를 처벌할 사람이 없었다.

쉬멩이의 죄는 구전자들에 따라 조금 다르게 말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개 세가지로 나탄난다. 아버지의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는 것, 천지왕에게 식사를 대접할 쌀에 모래를 섞어 빌려줬다는 것, 또 "이 세상에 날 잡아갈 자가 그 누구 있느냐."는 패기만만한 호언으로 신의 권위를 인정치 않는 것이다.

쉬멩이의 잘못은 신화의 구도상 신이 인간세계에 개입하기 위한 빌미를 주고 있으며 이를 징치한다는 구실로 신은 인간세계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은 지상에 대한 통치권을 획득하고 사람들 사이에는 도덕률이 확립된다.

천지왕은 쉬멩이에게 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해 열 두 가지 흉험을 줬다.

가장 먼저 등장한 '부엌에 개미가 꼬인다."는 흉험은 제주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나쁜 징조 중 하나이다.

두 번째로 나타난 용달버섯은 습기가 많이 차고 썩은 곳에 자라는 식물로 폐가가 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솥이 자리를 자주 옮긴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에 "쇠 철망을 씌웠다" 함은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머리에 둘러지는 쇠 띠나 '예수'의 머리 위에 씌워지는 가시관을 연상케 한다. 신화가 생성되던 당시에 통용됐던 죄수의 표시이거나 형벌의 일종인지도 모른다.

끝내 쉬멩이가 반성을 하지 않자 신의 입장에서는 그를 벌하여 파멸시킬 수밖에 없어진다. 처벌의 도구는 바람과 불이다.

천지왕이 '벼락장군', '우뢰장군'을 불러서 , 즉 벼락을 치고 불을 붙여서 처벌하고, 쉬멩이의 가족들은 벌레로 변신시켜 버린다는 얘기도 있다. 또는 쉬멩이 하인의 기지로 그의 머리를 옥죄던 쇠 철망이 벗겨지면서 신이 결국 처벌을 하지 못하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소돔과 고모라'의 재앙을 연상케 하는 이 사건의 목적은 인간들이 신을 두려워 하고 경배하게 하는 데 있다고 보고 여기서는 신의 처벌을 받은 다음 각성하여 순화된다는 줄거리를 따랐다.

'쉬멩이'는 수명(壽命)의 제주도식 발음으로서 "오래 산 자"라는 뜻으로 봐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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