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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풀이

천지왕과 쉬멩이(본풀이)

posted Feb 25, 2003 Views 4594 Likes 15
천지가 생겨나고 인간들이 나타났으나 아직 질서가 잡히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삶과 죽음도 제대로 구분이 안됐으며 짐승과 나뭇잎들도 말을 하고 귀신이 말을 하면 사람이 대답하고 사람이 불러도 귀신이 대답하던 시절이었다.

땅에는 천하거부로 잘 사는 '쉬멩이'라는 자가 있었다. 욕심 많고 방자한 쉬멩이는 하늘을 향하여서도 "나를 이길 자가 누가 있으랴"하고 큰소리를 치곤 했다.

쉬멩이는 아버지가 예순 나던 해부터 하루에 한 끼밖에 대접하지 않았다.

"왜 하루에 한 끼밖에 주지 않느냐?"

그의 아버지가 이유를 물었다.

"사람은 한 대가 설흔인데 아버지는 금년으로 예순 두해 째를 사니 너무 많이 살았습니다. 죽은 후 삼년상도 안 치르고 제사며 명절도 안 지내도 좋으면 지금부터 대접을 잘 하겠습니다."

그래서 쉬멩이 아버지는 죽은 후 대접을 받지 않기로 하고 살아 생전에 대접을 잘 받고 죽었다.

쉬멩이는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아버지의 시신을 바다에 띄워 보냈다. 어느해 섣달 그믐날이었다. 정월 명절을 맞은 저승의 귀신들은 제사를 받아먹으러 모두 이승으로 올라갔는데 쉬멩이 아버지만 혼자 어둠 속에 앉아 흐느껴 울고 있었다.

"어디에서 옥퉁소를 부는 소리가 들리느냐?"

괴이하게 여긴 천지왕이 물었더니 쉬멩이 아버지라는 것이다.

"후손이 없는 잡귀들이라도 명절 때는 대접을 받는 법이다. 틀림없이 명절을 지내고 있을 터이니 갔다 오게 하라."

천지왕은 호통르 쳐서 쉬멩이 아버지를 지상으로 보냈다. 그러나 쉬멩이 아버지는 물 한 모금 얻어먹지 못하고 되돌아 왔다.

"세상 인심이 그렇게 각박하단 말이냐?"

의아하게 생각한 천지왕은 인심을 살피러 지상에 내렸다. 박우왕 집에 내려와 묵었는데 날이 저물어 가도 저녁 밥상을 내 올 생각을 않는 것 같았다.

"이 곳에서는 이렇게 인심이 박하오?"

"식구들 저녁 먹을 밥 밖에 없어 그렇소." 박우왕이 대답했다.

"이 고을에 쉬멩이라는 부자가 있지 않소. 쌀을 빌어오면 될 게 아니오."

박우왕은 하는 수 없이 딸 총명이를 보내어 쌀을 빌어다가 밥을 짓게 했다. 억지 밥상을 받아먹던 천지왕은 첫숟가락에 돌을 우지끈 씹고 말았다.

"부인 어찌 첫술에 돌이 씹힙니까?" 밥상을 들여왔던 총명이 막 방을 나가려다 말고 돌아서서 대답했다.

"쉬멩이는 욕심이 많아서, 쌀을 꾸러 가면 쌀 반 되에 모래 반 되를 섞어 꿔주고, 작은 말(斗)로 빌려주고는 큰 말로 받아 부자가 됐습니다."

"어허 이런 괘씸한 놈이 있나!" 노한 천지왕은 쉬멩이를 잡아오라고 군졸들을 보냈다. 그러나 군졸들은 쉬멩이의 집을 지키는 개, 말, 소 따위에 쫓겨 문전에도 못 가보고 돌아왔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천지왕은 쉬멩이를 처벌하기 위해 벽력같이 달려 내려왔다. 그러나 쉬멩이의 집 어귀에 당도하자마자 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달려들어 물려는 개들이 있는가 하면 말들은 발길질을 하고 소들은 뿔로 받으려 했다. 문도 두드려 보지 못한 천지왕은 대문밖 멀구슬나무 가지 위에 올라 앉아 군사들에게 열 두가지 흉험을 내리도록 했다.

쉬멩이집 부엌에는 갑자기 개미들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러나 쉬멩이는 놀라지 않았다.

여자 하인 느진덕 정하님이 "솥 앞으로 개미가 기어 다닙니다."하고 말했다.

"거 뭐 대수냐, 아무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집이 폐가가 된 듯 습기가 차고 '용달'버섯이 무수히 생겨났다.

"솥 뒤에 용달버섯이 났습니다." "허허 반찬이 떨어져 가니 초기(버섯) 대신 용달이 나는구나. 반찬으로 볶아라." 쉬멩이 기세가 죽지를 않으니 천지왕은 큰 솥들이 마당으로 나와 들썩거리게 했다.

"말치(말들이 솥)가 저 올래(집 어귀)에서 엉기덩기 춤추며 다니고 있습니다.

"부자집에서 매일 방에 불을 때 놓으니 솥들도 더위 먹어 식히러 갔을 것이다.

이 지경이 되어도 쉬멩이가 눈치를 못 채자 천지왕은 가축들이 미쳐 날뛰게 했다.

"황소가 지붕 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부잣집에서 잘 먹이니 힘이 넘치는 모양이구나."

아무리 흉험을 내려봐도 쉬멩이가 끄떡을 않으니 천지왕은 급기야 쇠철망으로 변해 쉬멩이의 머리를 옥죄어 버렸다.

머리가 깨지도록 아픈 쉬멩이는 아들들에게 도끼를 주고 머리를 내리치라고 말했으나 아무도 감히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종년을 불러 명령을 했다. 종년은 차마 주인의 머리를 찍지는 못하고 머리를 찍는 척 하다가 옆에 있는 대문 지방을 냅다 내리찍었다.

도끼를 찍는 서슬에 깜짝 놀란 천지왕은 엉겁결에 쇠철망을 거두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천지왕은 화덕진군(火德鎭君) 해명이를 불러 쉬멩이를 처벌하도록 했다.

해명이는 사람의 모양으로 변장하고 쉬멩이 집으로 가서 말했다.

"곡식과 옷을 준비하여 한 일년 밖에서 생활할 각오로 바람위로 피난하라."

그러나 쉬멩이는 이 말도 듣지 않았다.

"대궐 같은 집을 버리고 어디로 나간단 말이오?"

"그렇다면 칠대(七代)토록 쌓은 재산을 모두 거두어 가겠다. 불여막심한 죄를 단 한번에 깨닫게 하겠다."

해명이가 집 기둥 네 귀퉁이에서 새(띠) 한 줌씩을 빼어 천지왕에게로 가져 갔다. 천지왕은 바람을 일으켜 집에 불을 질렀다. 궁궐 같은 집은 삽시간에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뒤늦게 후회를 한 쉬멩이는 박우왕의 집에 가서 빈 방을 빌려달라고 애걸을 했다.

"실화(失火)를 한 사람에게는 방을 빌려줄 수 없소."

박우왕은 매정하게 거절했다. 불이 났다는 것은 천벌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제 다 살았구나."

살아갈 길이 막막한 쉬멩이의 가족들이 모여 통곡을 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천지왕이 나타나 말했다.

"앞으로 부모 제삿날이 오면 경건하게 지내시오. 가난한 사람에게 밭을 빌려주면 반작(병작)을 하시오. 죽은 곡식을 빌려주고 받을 때는 여문 곡식으로 받는 짓은 하지 마시오. 금전을 타인에게 빌려주어도 이자를 너무 많이 받지 마시오. 노인을 존중하고 아들 칠 형제를 잘 가르치시오. 일생을 타인에게 부드럽게 대하고 마음씨를 곱게 먹으면 후손들도 안락하게 될 것이오. 나는 천지왕이니 잘 기억하시오."

천지왕은 하늘로 올라가고 쉬멩이는 천지왕이 지시한 말을 잘 따르니 다시 부자가 되어 오래도록 살았다. 쉬멩이는 3천8백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후 그를 '수명장자(壽命長者)'라고 말했다.

--자료출처-- 고대경, 신들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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