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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설경보가 해제되고 드디어 한라산 성판악등산로가 열리는 날 사라오름의 만설을 밟을 수 있다는 부푼 마음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연일 보도되는 성판악의 주차난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버스를 택한 것이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한라산에 눈이 많이 와서 소형차가 통행할 수 없고 그래서 탐방객이 많지 않기를 바랐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는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나마 오랜만에 눈 쌓인 한라산을 걸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버스가 성판악에 점점 다가갈수록 길옆에 쌓인 눈은 모습을 감추기에 바쁜 형상이다. 오늘 눈 위를 걷는 즐거움은 접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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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을 얘기하면 누구나 정상의 백록담을 떠올린다. 그런데 백록담을 보려면 관음사등산로나 성판악등산로를 통해 왕복 8시간 반 이상을 걸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체력이 약하거나 시간이 넉넉지 못할 경우에는 대안이 있다. 한라산의 작은 백록담, 사라오름을 가면된다. 사라오름은 둘레가 250여 미터나 되는 원형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다. 커다란 사발모양을 하고 있는데 물이 고일 때는 호수였다가 가물면 바닥을 드러낸다.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에 물이 고이면 사라오름 분화구에도 물이 고이고, 백록담이 가물면 사라오름의 분화구도 가문다. 백록담을 빼닮았다. 그래서 작은 백록담이다. 오히려 사라오름 호수에 물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한라산이 품은 신비로운 하늘호수, 사라오름에 오르면 백록담이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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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오름은 한라산의 동북쪽에 있는 오름이다. 성판악 탐방로에서 정상인 백록담을 향해 가다보면 약 5.8km 지점에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그곳에서 다시 600m 가면 사라오름 정상이다. 사라오름은 한라산국립공원에 있는 오름 중에서 유일하게 탐방로가 개방된 오름이다. 그래서 더욱 느껴봐야 하는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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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오름은 해발이 1,338m 이지만 탐방로 출발점인 성판악의 해발이 750m이니 출발하기 전에 이미 반은 지난 것이다. 탐방로는 일부 구간이 나무데크나 야자매트 등으로 잘 정비되어 있어 걷는데 큰 불편은 없지만 유난히 울퉁불퉁한 돌로 되어있는 구간이 많다. 자세히 보면 사람이 인위적으로 쌓은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 탐방로를 정비하면서 돌들을 져다 날라 돌계단을 만든 것이다. 또한, 한라산에 큰비가 오면 탐방로를 따라 거센 물살이 흘러내리고 그 물살은 흙을 쓸어가 버리고, 그 자리에는 돌만 그대로 남아 돌계단이 된 것이다.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고 잘 정비된 탓에 편한 등산로이지만 돌길이 많아 등산화를 신지 않으면 걷기에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겨울 눈 쌓인 등산로를 따라 사라오름에 오르면 그런 불편함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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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성판악등산로는 조금은 쓸쓸하다. 잎사귀를 떨군 낙엽활엽수가 휑하니 등산로를 따라가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그 부피가 작다. 그 무채색의 숲을 키 작은 상록활엽수인 굴거리나무가 초록의 숲을 만들어낸다. 굴거리나무는 난대성 식물이지만 추위에 강한 편이고 봄에 새잎이 자라면 비로소 묵은 잎을 떨궈내니 사계절 초록빛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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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그렇게 걷다 보면 갑자기 삼나무 숲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보았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속밭이다. 속밭은 예전에는 한라산 동쪽 오름들이 한눈에 다 보일 정도로 탁 트인 벌판이었다고 한다. 화전민들이 들에 불을 놓아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소나 말을 놓아 키우던 초원이었다고 하는데, 삼나무를 조림하여 울창한 삼나무 숲을 만들어 버렸다. 산상의 초원이 자연스러운 건지,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삼나무를 한라산 중턱에 심어 숲을 만든 것이 더 자연스러운 건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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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밭대피소를 지나면 사라오름 입구까지 약 1.7km, 40여분만 걸으면 된다. 3분의 2는 온 것이다. 그래도 조금 힘에 겨우면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자, 하늘을 향해 뻗은 나뭇가지 사이로 빨간 열매를 매단 식물들이 보인다. 붉은겨우살이 열매들이다. 참나무나 서어나무 등에 기생하는 상록 관목으로 일반 겨우살이의 열매는 연노랑색인데 반해 열매가 붉어서 붉은겨우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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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오름 정상을 향하는 길은 여름에는 숲이 우거진 신령스런 길이지만, 앙상한 가지가 드러나는 겨울의 계단길에서는 흙붉은오름과 돌오름, 백록담을 품고 있는 동릉을 볼 수 있는 좋은 포인트가 된다. 나무데크 계단을 구불구불 숨차게 오르면 길이 끝나자마자 접혀있던 그림책이 펼쳐지듯 순식간에 시야가 트이며 산정호수가 나타난다. 한라산이 품은 신비로운 하늘호수, 사라오름의 분화구를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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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 옆으로 난 나무데크길을 따라 정상으로 오르면 전망대에 다다른다. 맑은 날 전망대에 서면 성널오름과 논고악, 물영아리등 동부지역 오름 군락이 아름다운 선을 그리고 있고, 백록담을 품은 동릉을 넘어 남쪽으로는 제지기오름과 서귀포 시내 그리고 섶섬과 지귀도까지 한눈에 보이는 전망의 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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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쌓이면 사방이 하얀 눈옷을 입은 겨울왕국, 산정호수에 물이 얼면 천연 아이스링크, 눈이 녹을 때면 햇살을 받은 나뭇가지에 영롱한 구슬방울들이 맺혀 있는 모습이 아름답고, 여름철에는 만수위가 된 산정호수 길을 첨벙첨벙 건너 전망대에 오르고, 갑자기 안개가 몰려오면 구름위에 오른 듯 몽환의 세계가 펼쳐지는 곳. 사라오름. 백록담을 갈 수 없으면 사라오름으로도 충분하다.



오름이야기

오름을 오르며 느낀 감상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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