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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1 23:09

거슨새미와 민오름

조회 수 3940 추천 수 1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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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산업도로 대천동과 구좌읍 송당리를 잇는 1112번 지방도로의
송당목장 입구 건너편에 우뚝선 거슨새미오름
서쪽방향으로 크게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의 서쪽기슭에
한라산 쪽으로 거스러 나오는 '거슨새미'라는 샘이 있어 거슨새미오름이라 한다
샘이란 일반적으로 바다쪽으로 흘러나오는데
이 샘은 물의 흘러나옴이 바다 쪽이 아니라 한라산 쪽의 거스른 방향으로 나오는
이른바 역천(逆川) 또는 역수(逆水)의 하나이다.
예로 부터 한라산을 신성시하는 제주사람의 생각으로는 거스른 방향인 것이다.
물이 역류하는 것이 아니고 지형이 한라산 쪽으로 벌어져 있을 따름이다.
송당목장 입구 건너편 비포장도로로 들어서서 조금 가니 오름의 남쪽 방향에서 오름이 시작되는 곳이 있고 철조망이 처져 있었다.
아마 이 곳도 소를 방목하는 곳일 것이다.
철조망을 비집고 들어서니 여기저기 고사리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때 할머니를 따라 한두번 가본 것 이외에는
여지껏 한참을 잊고 살았던 고사리였는데 몇년 전 시작한 고사리꺽기대회를 계기로 매년 시간을 내어 다니는 소일거리가 되었다.
일행 중에도 벌써 허리 굽히는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생겼다.
나도 마음은 동했지만 오늘은 오름을 오르기 위해 왔으니 다른 생각은 접기로 했다.
거슨새미오름은 샘을 사이에 끼고 말굽형 굼부리의 남북 양쪽으로 시작하여 봉우리를 이룬 다음
동쪽으로 편편한 풀밭의 안부를 이룬 형태를 가졌다.
굼부리의 반대쪽인 동쪽으로도 작은 골이 패어 또 다른 발굽형 굼부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오름을 휘돌아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그 위에는 풀밭의 정상이 길게 자리하고 있다.
해발 380미터, 비고가 125미터이다.
소나무가 듬성듬성한 오름의 동쪽 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니 벌써 봄은 우리와 같이 있었다.
산자고, 제비꽃, 양지꽃 등 우리에게 친금한 봄꽃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정상을 조금 앞두고 자리잡은 숲에는 노란 복수초가 아직도 군락을 이루어 꽃을 피우고 있었고,
자주괴불주머니, 장딸기도 이에 뒤질세라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풀밭에 자리를 잡고 사방을 둘러 보니 제주도를 오름의 왕국이라 부르는 이유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발밑에 보이는 아부오름을 비롯하여, 칡오름, 민오름이 송당목장의 드넓은 초원에 가로누워 있었고,
동쪽의 다랑쉬오름, 높은오름이 그 높이를 서로 자랑하고, 북쪽 바로 앞에 밭돌오름, 안돌오름과 그 너머 체오름이 보인다.
제주도에서도 오름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이 곳 동쪽지역에는 오르는 오름마다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돌아 내려오면 굼부리의 작은 골짜기에서 샘을 만날 수 있다.
물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 놓은 물탱크의 끝을 더듬어 올라가면 지금은 그나마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우마용은 물론 식수용으로도 이용했던 샘이다.
굼부리의 밑 도로에 접해있는 곳에는 축사로 이용했을 것 같은 건물들이 무너진채 방치되고 있었다.
그렇게 거슨새미오름을 오르고 다음 목적지인 민오름을 오르기 위해 차를 몰았다.
진입했던 비포장도로를 나오면 아스팔트도로 바로 앞이 송당목장 입구이다.
포장은 되어 있지 않지만 제법 잘 정리된 도로였다.
길을 따라 양쪽에 심어진 삼나무숲이
요즘 인기가수인 GOD가 부른 '길'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 배경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보기에는 좌보미오름을 오르는 길이 그 배경인 것 같지만...
조금 들어가니 네갈래로 갈라지는 길에 봉고버스가 한 대 세워져 있었다
이 곳에 웬 봉고가 있을까? 하고 보니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턱시도를 입은 신랑이 웨딩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하고, 얼굴 가득 행복이 넘쳐흐르는 신랑신부도 웃음으로 답례를 한다.
그 나이에 아직도 환호성을 지를수 있음은
오름을 오르다 보면, 비록 나이는 먹지만 마음은 아직도 자연을 사랑하는 동심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비포장도로는 비가 오고 차가 많이 다니면 금방 엉망이 되어 버린다.
입구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도로 전체가 물웅덩이이다.
이리저리 피하며 오름 남쪽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차를 멈춘다.
오름 남쪽의 삼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완만하고 수월한 코스이다.
민오름은 해발 362미터, 비고가 102미터로 구좌읍 송당리에 위치한 오름으로
모양이 둥긋하고 나무가 없어 미끈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은 오름의 상부를 제외하고는 돌아가며 삼나무숲이 조림되어 있다
오름의 서쪽기슭에는 과거 이승만대통령의 별장이 지금도 남아 있다.
목장 주인의 문단속 주의를 뒤로 하며, 삼나무숲으로 들어선다.
민오름은 날씨가 따뜻하면 주위의 목장에서 방목한 소들이 오름의 정상까지 오르내린다.
그래서 삼나무 숲에는 소들이 다니는 길이 훤히 나 있었다.
지금은 겨울을 지낸 이른 봄이라 소들이 다니지 않아 길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상부에서 내려온 물에 의해 홈이 많이 파여 있었다.
10여분을 오르니 삼나무 숲이 끝나고 하늘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여기서 부터는 진짜 민오름이다.
듬성듬성 키 작은 소나무와 잡목 들이 눈에 들어올 뿐 오름 정상까지 풀밭이다.
남쪽의 양지바른 풀밭에 역시 들꽃들이 무성하다. 양지꽃, 제비꽃, 산자고
거슨새미오름에서 보았던 들꽃들이 여기서도 무리를 이룬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들꽃과 인사를 하며 오른 정상
정상이라고 생각하여 얼굴을 내미는 순간 세찬 바람에 모자를 움켜 잡는다.
강한 북서풍이 얼굴을 때린다. 등성이에 올라서니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의 바람이다.
하늘이 온통 뿌연 이유가 북서풍을 타고 온 황사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밖에서 생각한 둥글민틋한 오름과는 달리 산상은 얕은 굼부리를 사이에 두고 두 봉우리가 마주보고 있다.
완만하게 비탈진 굼부리 안에는 무덤하나가 돌담을 두른채 자리잡고 있고
듬성듬성 소나무와 잡목이 풀밭과 어우러져 있다
굼부리를 가운데 두고 오름의 능선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한바퀴 돌아 도착한 오름의 동쪽은 굼부리가 허물어져 작은계곡을 이루면서 뻗어 내리고 있다.
가시나무와 잡목 틈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 본 작은 골짜기는 또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민오름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자연림이 이 골짜기를 덮고 있는 것이었다.
여름에는 햇빛을 가릴 정도의 잎을 자랑했을 낙엽수들이 무리지어 있고,
동백나무, 생달나무, 식나무등의 활엽수가 잎을 자랑하고 있는 계곡의 비탈에는
노란꽃의 복수초가 아직도 꽃을 달고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그 주위에
제비꽃, 금창초, 남산제비꽃, 개별꽃, 자주괴불주머니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밖에서 보이는 오름과 직접 올라서 부딪히는 오름의 차이를 단적으로 느끼게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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