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상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다. 그러나 지금은 3월... 계절은 봄이다.
이 봄.
봄이 오는 소리가 가장 가깝게 들리는 곳은 아무래도 남쪽이 아닌가 싶다.
그 남쪽나라 보목리에 제지기오름이 있다.
바다를 타고 온 봄소식을 가장 먼저 듣기 위해 제지기오름을 찾았다.
보목동 산1번지, 보목포구에서 불과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그리 높지는 않지만 마을을 지키고 서 있는 오름.
표고가 95m 이지만 오름의 높이 또한 85m 가 되는, 바다에 접해 있는 오름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비릿한 바닷 내음이 포구를 넘어 오름에 다가서면, 오름은 어느덧 봄처녀의 화사한 치맛자락에 감겨 있듯이 향긋한 봄 내음에 휩싸인다.
마을주민들이 잘 정비해 놓은 산책로를 따라 오름을 오른다.
나무로 만든 계단 곳곳에는 어느덧 봄의 꽃, 제비꽃이 피어 나그네를 반긴다.
고사리도 새 순을 내밀어 봄의 기운을 맡고 있다.
제지기오름의 전체적인 모양은 용암원정구의 형태를 띠고 있다.
남쪽의 사면은 매우 가파르고 곳곳이 벼랑져 있다. 숲으로 덮여 곁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안에 들어서면 곳곳에 바위가 서 있고 커다란 바윗등이 드러나 있다.
그 바위에는 석위나 애기모람, 마삭줄 등 온갖 덩굴식물이 감싸고 있다.
북쪽 사면은 남쪽 사면과 달리 비교적 완만한 등성이가 두 가닥으로 뻗어 내리고 그 사이가 야트막이 우묵져 있지만, 굼부리로 보일 만큼의 뚜렷한 형태는 아니다.
북쪽 산책로로 오름을 오르다 나무의자에 앉아 잠시 쉬노라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눈 쌓인 한라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름 정상부에는 나무는 없지만, 잘 정비된 풀밭에 여러 가지 운동기구들이 놓여 있어 주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또한 전망대가 있어, 보목리의 동쪽과 서쪽 마을과 바다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남쪽 앞 바다에는 작은 화산섬인 섶섬이 제지기오름과 1km의 사이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섶섬은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파초일엽의 자생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이 곳 에서만 자라는 그 분포의 북방한계가 된다.
<오름 이름의 유래>
[제즈기오롬, 제지기오롬, 저즈기오롬, 제제기오롬]
1700년대와 1800년대의 문헌에는 ‘저즈기오롬, 제지기오롬, 저좌기, 저저기오롬’등으로 표기되어 있고, 1900년대 문헌에는 ‘절오름(寺岳)’, 오늘날에는 ‘제지기오름’ 으로 표기하였다. 이른 시기의 한자표기를 고려할 때 ‘저즈기오롬’ 또는 ‘저저기오롬’ 정도로 부르던 것이 나중에 ‘제지기오롬’으로 소리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인들은 이 오름에 과거 절(寺)이 있었고, 절을 지키는 '절지기/저지기'가 있었다는 데서 '저지기오름, 제지기오름' 또는 '절오름'이라 한다고 하나,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음성형도 확실하지 않고 뜻 또한 확실하지 않다.<발췌 "제주도 오롬 이름의 종합적 연구", 오창명>
<가는길>
보목동 포구에서 동쪽으로 약200여 미터 가면 오름 산책로 입구가 표시되어 있으며, 보목동 하동 쪽 도로로 가다가도 오름 산책로 입구가 표시되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두 군데의 산책로가 약650m 조성되어 있고, 1,115개의 계단이 놓여 있어 정상까지 쉽게 접근이 가능한 오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