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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동쪽 끝.
태평양의 거센 물결이 감아 돌아 동해 바다와 만나는 곳.
그 곳에는 외세로 부터 제주섬을 지키려 했던 섬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는 커다란 성(城)이 하나 있다.
성산(城山)
그 모습이 마치 성(城)처럼 생겼다하여 성산(잣메)이라 했던가?
먼 옛날 그 성(城)에 살며 섬을 지키는 세명의 장수에 대한 전설이 있어,
그 전설을 확인하려 성산을 오른다.


 


지금은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산허리를 밟으면 맨처음 눈에 들어 오는 바위가 있다.
무더운 여름 산을 오르던 모녀가 잠시 앉아 땀을 식힐 정도의 그림자를 주는 소나무 옆의 뾰족한 바위.
이름하여 처녀바위(조개바위)


 


"귀신이 인간을 다스리던 태고적에 한라산신이 이 곳 성산에 군사를 풀어 진을 쳤으나 군사가 부족하였다.
옥황상제에게 등장(等狀)을 올려 군사를 더 보내 주기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옥황상제국에도 군사가 부족하여 군사를 더 보낼 수 없으므로 음(陰)의 정기(精氣)를 내려 남정(男丁)을 많이 낳게 하였다.
그 음(陰)의 정기를 고이게 한 바위가 바로 이 바위이다. 이 바위 속에 고인 물을 마시면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마주 보이는 오조리 식산봉 밑에 남근석(男根石)이 있었는데 옛날
왜구(倭寇)가 이 돌을 잘라 버렸다. 그러자 이 바위 속에 고여 있던 물도 말라 버렸다.
물이 마른 뒤에는 아들 낳기를 바라는 이들이 치성을 들여 아들을 얻었다.
본래의 이름은 하문혈(下問穴)이다."


 


신들의 고향,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에 나오는 신들보다 더 많은 신들이 살아있는 섬, '제주'
당 오백, 절 오백이라는 제주섬에는 지금도 무려 346개나 되는 신당이 남아 있다.
거대한 규모의 당은 아니지만 제주인의 소박한 심성을 닮아 있는 당들이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이다.

제우스를 대표하는 서양의 남성위주의 신화가 아닌 여성이 주를 이루는 신화가 제주의 신화이다.
본래 제주섬에는 남성우월주의에 의한 남아 선호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제를 비롯한 유교 이데올로기가 들어오면서
이런 기자(祈子)사상을 나타내는 신화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한다.



 


아뭏든지 간에
산허리를 막 올라서면서 부터 정상 바로 아래까지 네개의 커다란 바위를 만난다.
그 첫번째 바위가 별장바위(別將巖) 일명 등경돌바위이다.


 


예로부터 제주도는 신선이 살고 있어서 그를 보호하기 위하여 서쪽은 오백장군(靈室奇巖)에게,
동쪽은 천하에서 가장 용맹하고 지략(智略)이 뛰어난 장군 셋에게 맡기어 지키도록 하였는데
훗날 모두 바위로 화신(化身)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그럼 별장바위는 무었인가.
"제주도의 동쪽을 지키던 장군바위 중에서 다른 곳으로 파견되어 나가는 형상의 바위이다.
입을 크게 벌려 크게 외치는 대장군바위를 바라보고 명령을 받는 형상이다.
이 바위는 말을 타지 않고도 하루에 천리를 달리며 활을 쏘지 않고도 요술로 적장의 투구를 벗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전설이 있다.
옛날에는 출정한 남정의 아낙들이 무운(武運)을 빌고, 먼 길을 걸어야하는 장사꾼들이 횡재를 빌던 바위이다.
형상이 등경(등잔걸이)과 같이 생겨서 등경돌바위라고도 부르며 별장바위(別將巖)라고도 부른다."
바위 옆에 있는 설명문이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장군이 대장군이요. 두번째가 중장군, 세번째가 초관바위를 거쳐 별도로 있는 장군인 셈이다.


 


별장바위를 지나면 초관바위 즉 금마석(禁磨石)을 만난다.
"제주도의 동쪽을 지키는 장군바위 중에서 세번째로 지위가 높은 장군바위이다.
재물을 불리는데 재주가 뛰어났고 병사에서 진급을 거듭하여 장군이 된 바위라고 전한다.
그래서 이 바위 밑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승진이 빠르다고 믿었다.
선조 30년(1597)에 수산진을 천혜의 요새인 이 곳 성산 정상으로 옮겨 많은 군사가 주둔하였다.
그때에 수많은 군사들이 빠른 진금을 기원하여 이 바위를 어루만졌기 때문에 바위의 절반이 깎여 나갔는데 바위가 없어질 것을 염려하여 군법(軍法)으로 바위를 만지지 못하게 하였다.
그래서 금마석(禁磨石)이라 하며 일명 초관바위(哨官巖)라 부른다."
역시 안내문 내용이다.
초관바위를 지나면 곰바위가 나타난다.


 


"제주도의 동쪽을 지키는 장군바위 중에서 두번째로 지위가 높은 장군바위이다.
밑에 보이는 졸병바위(작은 바위)들이 모두 이 바위를 우러러 보고 있는 형상이다.
장군이지만 성품이 온순하여 부하들을 형벌로 다스리지 않고 덕망으로 이끌었다.
이 바위 밑을 지나가는 사람은 이 형상을 보고 겸양의 미덕을 배워 가정을 화목시키고,
싸웠던 친구와 화해하며,속인 사람을 용서하여 덕망이 높아진다고 전한다.
이 바위는 파총암(把摠巖)이라고도 하는데 서 있는 형상이 암수 곰 한쌍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곰바위라고도 한다."

곰바위를 지나면 정상이 눈 앞에 보인다.
그러나 다 오른 것은 아니다.
성산을 지키는 대장군을 만나고 가야한다.


 


"대장군바위
제주도의 동쪽을 지키는 세 장군바위 중에 가장 지위가 높은 장군바위가 바로 이 바위이다.
이 바위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데다 방술(方術)이 뛰어나 한번 소리 지르면 삼천리밖까지 들리고 또 삼천리밖에서 처들어 오는 적을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군사들이 병이 들면 약을 쓰지 않아도 입김을 불어 넣어 치료하였다.
그러므로 이 바위 밑을 지나간 사람은 고질병이 치유되고 특히 귀와 눈이 맑아진다고 전한다.
이 바위를 오군문도대장암(五軍門都大將巖)이라고 부르며 일명 코끼리바위라고도 부른다."



 


대장군바위 앞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멀리 한라산과 섬을 보며 그 옛날 섬을 지키려 고심했던 장군의 노고를 생각해 본다.


 



.......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

그리운 바다 성산포 중에서(이생진)




 


성산을 이렇게 신들과 같이 이야기하며 오르면 그 높은 오름을 재미있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산아래 풍경은
큰 성 위에 서서 큰칼 옆에 차고 요새를 지키는 장수의 마음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산을 내려와 다시 바다로 가라
산을 오르며 흘렸던 땀은 성산포 앞바다에 뿌려 두고
돌아갈 때는 오직 상쾌한 마음만 가지고 가라.



 


멀리 태평양의 애뜻함은 서로의 마음을 더욱 가깝게 만들 것이다.
  • 도두봉 2004.07.11 10:46
    이생진님의 그리운 성산포를 너무 좋아해서 성산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는데 이젠 한번 올라가봐야겠네요.....
  • 2004.07.21 12:48
    제가 갠적으로 성산포를 무지 좋아라 하죠...그런데 이렇게 사진으로보니 더 좋으네요...아무래도 함 가야겠어요...
  • dodubong 2004.08.11 17:39
    이사진때문에 딸아이랑 새벽에 성산일출을 올랐답니다.
    성산 정말 좋지만 이생진님의 시마냥 좋진 못했어요.
    그래도 기분좋게 올라서 구름사이에 뚫고 나온 동그라 ㅇ해는 보았답니다.
  • 오르미 2004.08.17 09:59
    성산에서 일출을 본게 언제였던가?
    그래도 일출은 성산에서 맞아야 제맛이죠?
    나도 한번 가야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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