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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검은오름>

북상하던 태풍 '차바(CHABA)'가 일본에 상륙하면서 그 간접영향으로 제주의 하늘은 온통 먹구름 투성이다.
지난 태풍처럼 비가 쏟아질까봐 우비를 준비하고 길을 나선다.
피부로 느끼는 계절은 이제 가을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금쯤 오름에는 가을꽃이 피어 있지 않을까?
남들보다 먼저 가을을 보기 위해 동검은오름으로 향했다.
동검은오름은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오름이다.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서검은오름'과 대비해서 동쪽에 있는 '검은오름'이라는 데서 '동검은오름'이라고 한다고 하는데...
이름이야 어쩌든 계절을 앞서 다양한 가을꽃을 보기 위해서는 풀밭오름이 제격이다.
동검은오름을 가려면 송당에서 수산으로 향하는 중산간도로에서 하도입구의 이정표 전 남쪽의
손지봉 옆길로 들어가면 하도공동목장으로 나 있는 시멘트도로가 있어 그 곳을 이용하면 된다.
평소에는 출입구를 막아버려 차를 입구 공터에 세우고 목장안으로 가야 하는데
마침 요즘이 제주도 고유의 풍습인 벌초기간이라 목장문이 열려 있었다.
비도 안오고 벌초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이다.
평소에는 잠겨있던 목장의 문들도 벌초 기간에는 열어주어 산소에 쉽게 갈 수 있게 배려해 준다.
오름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물론 운동삼아 오름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아쉬울지 모르지만...

<목장안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

목장안에 차를 세우고 동쪽 능선을 따라 길을 떠난다.
오름 기슭에서 풀을 뜯는 소들의 무리가 평화롭다.
동검은오름은 표고가 340m에 비고는 115m로 높지도 낮지도 않은 오름으로 사람들이 무척 많이 찾는 오름이다.
깔대기모양의 원형분화구가 2개이고 삼태기모양의 말굽형화구도 갖고 있는 보기드문 복합형화산체로
다른 오름과는 사뭇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어서이다.
복합화산체이지만 전체적인 모양으로는 남서향으로 벌어진 말굽형화구이다.
가을꽃을 잔뜩 기대하였지만 피어 있는 꽃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비나물, 딱지꽃, 낭아초, 잔대, 닭의장풀, 무릇, 층층이꽃, 탐라황기 등등
아직은 여름부터 피기 시작하는 꽃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가을은 오름 기슭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잔대>

<탐라황기(어떤 도감에는 자주땅비수리로 나와 있다)>

동검은오름을 한바퀴 돌고 내려와 손지오름을 찾았다.
수산으로 연결되는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북쪽 기슭으로 들어섰다.
손지오름은 오름 사면에 'X'자 형태로 삼나무가 조림되어 있어 곁에서 보면 또 다른 특이한 모습을 보여 주는 오름이다.
언젠가 CF의 배경으로도 나왔던 적이 있다.
오름 기슭의 우거진 억새밭 속에서 색색의 방울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꽃며느리밥풀>

<쇠서나물>

<야고>

<절굿대>

<참취>

그래도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꽃들이 손지오름에는 피어 있었다.
거창하게 자연보호를 하자는 얘기가 아니고
오름에 피어 있는 꽃들은 오름에서 보아야 제 맛이 난다.
집 앞 화단에 피어 있는 야생화를 보면 아름다움보다 먼저 애처로움이 앞선다.
그래도 뒤돌아 서기가 서운하면 한포기 정도 카메라에 담고 오는 것은 운치가 있어 좋다.

<손지봉에서 보이는 다랑쉬오름>

한 발 앞선 한 가을 여행도 마쳐야 할 시간이다.
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바람에 몸을 흔드는 억새를 뒤로 하고 오름을 내려선다.
엷은 구름을 쓰고 있는 주위 오름들의 모습이 다정스럽다.


오름이야기

오름을 오르며 느낀 감상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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