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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한 가운데인 한가위 추석날,
친족집을 돌며 차례를 마치니 비가 온다.
매년, 추석 다음날에는 오름으로 달맞이를 갔는데,
작년에는 태풍으로 못가고, 올해는 비가 와서 못갈 것 같다.
자연의 섭리를 어찌하리!!

다음날이 되니 거짓말처럼 비가 개고 하늘이 열렸다.
오후에 모여 다랑쉬오름으로 항했다.
매년 다랑쉬오름에서 달맞이를 했는데 올해도 역시 다랑쉬오름이다.
오름의 이름이 달과 관련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동부지역에 있는 높고 사방이 트인 오름 중에 다랑쉬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매년 1월1일 일출을 보기 위해 오르는 오름 중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도 다랑쉬이다.

하늘을 떠 돌던 잡다한 먼지들은 간밤의 빗줄기에 잡혀 땅속으로 숨어 들고,
지금 남은 것은 파란 하늘뿐.
그 하늘에는 조각 구름만 여유롭게 떠다니고...
들녘에는 제 철을 맞은 억새가 슬슬 붉은 기운을 내뿜고 있다.


다랑쉬를 오르는 길목에
계절이 가을로 접어 들면 어김없이 우리를 반기는 들꽃인 쥐손이풀이 피어 있다.
종류가 다양하여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꽃이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야 굳이 그 자세한 내력을 알 필요는 없을것이다.
그냥 보고 즐기고 지나치면 그뿐...



능선을 오른다.
지는 해가 능선 한 틈에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이제 해는 점점 기울어 가고, 그 빈자리를 달이 채울 것이다.
어느 곳 하나 많거나 모자람이 없이, 넘치거나 빈자리 없이 제자리를 찾아 가는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의 한 쪽 귀퉁이에서 욕심없이 피어 있는 들꽃들
구름체, 절굿대, 한라부추
한라부추는 제가 나와야 할 때가 아님을 알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점점 커지는 그림자는 어느덧 굼부리를 덮고 있다.
능선에 서서 마지막 햇살을 받고 있는 억새 넘어 주위의 오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겪은 오름들은 이제 서서히 누렇게 탈색되어 가리라.



굼부리를 넘은 그림자는 건너편에 또 하나의 오름을 만들고 있다.
점점 길어지는 그림자는 저 멀리 지미봉과 성산도 덮어 버릴것 같다
자신의 거대한 몸체를 무기로 약한 무리들을 괴롭히는 인간의 한 군상을 보는 듯하다.
물론
자연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형성되어 가는 것이지만..
인간의 행태에 비유하자면...



지는 해는 한라산 자락을 넘고 있다.



제주도의 일반신화 <열두본풀이>를 채록한 자료집 중 1960년대 '진성기'가 채록한 자료의 '천지개벽' 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 하늘과 땅이 열린 다음에 동쪽에서 청의동자인 반고씨가 태어나고, 반고씨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앞 이마에 동자(눈동자)가 둘, 뒷 이마에도 동자를 두개씩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옥황상제의 명을 받은 도수문장이 동자를 떼어내어 둘은 동쪽으로, 둘은 섭제지라는 땅으로 띄워 버렸다.
그 결과 한 하늘에 해가 둘이요, 달이 두개가 되는 세상이 이루어졌다..
결국 해 하나와 달 하나를 화살로 쏘아 떨어 뜨려 해가 하나이고 달도 하나인 세상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하늘의 해와 달은 인간의 눈동자로 만들어 졌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제주를 '신화와 전설의 섬'이라고 부른다.
제주도에는 '본풀이'라고 하는 설화가 있다.
이것은 심방(무격,巫覡)이 굿(巫俗儀禮)을 할 때 제상 앞에서 신을 향하여 노래조로 부르는 것이다.
이 설화들은 대개 신의 출생에서부터 여러 가지 고비를 거쳐, 신으로서의 직능을 맡아 좌정할 때까지의 내력에 대한 이야기로 되어 있다.
말하자면 본풀이란 신(神)의 근본 내력, 행적 등을 해석, 설명하는 신성한 설화인 것이다.
이러한 본풀이는 채록한 시기나 사람에 따라 많고 적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제주도 신화는 인간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다시 해가 뜨는 자연의 섭리를 우리섬의 조상들은 거역하지 않고 순응했으며,
나아가 함께 동화되어 어울려 살아왔다고 믿고 있다.
이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깊이 생각해 봐야할 대목이다.



신이 만든 인간과 인간의 눈동자로 만들어진 해와 달...
하나의 인간에게서 만들어진 두 개의 피조물은
다시 인간을 위해 하늘과 땅에 존재하고 있다.
팔월의 한 가운데
오름에 서서
다시 한번 나를 생각한다.
잘 살고 있는 건지....


오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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