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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먼 곳에서 검은 먹구름들이 몰려오고 있다.
그 모습이,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와 맛물려 오늘의 산행을 조급하게 만들고
그 조바심은 그대로 차를 운전하는 손끝에 나타난다.
동부산업도로로 향하던 마음이 중산간도로로 돌아서고, 그렇게 들어선 중산간도로는 중간중간 밀감을 실은 트럭으로 인해 점점 더디어 지고 있다.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는데서 '용눈이오름', 또는 오름의 형세가 용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라는 데서 '용논이오름'이라 부르는 오름.
그 기슭에 닿아 올려 보는 순간 다가오는 먹구름 속에서 한마리의 용이 내려와 휘돌고 갈 것만 같다.
허나 오름 자락으로 들어서는 순간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모습은 내 마음을 다시 평상심으로 돌려 놓는다.
그래서 오름은 제주인에게 마음의 고향이 아닐까?


용눈이오름은 행정구역상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오름이다.
높이는 해발 247.8m, 자체높이가 88m인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다.
오름 능선 여기저기에는 아직도 피어 있는 물매화가 그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곤충들을 유혹하고 있다.


용눈이오름은 전체적으로 동사면쪽으로 얕게 벌어진 말굽형 화구를 이룬다.
산정부는 북동쪽의 정상봉을 중심으로 세 봉우리를 이루고, 그 안에 동서쪽으로 다소 트여있는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서사면 기슭에는 정상부가 주발모양으로 오목하게 패어 있는 아담한 기생화산과
원추형 기생화산인 알오름이 딸려 있다.
원추형 기생화산의 정상에는 무덤이 하나 있다.


오목하게 패어 있는 알오름에도 무덤이 하나 있다.
갈색으로 변한 오름과 돌담으로 둘러 쌓인 무덤,
그리고 아직도 초록을 가지고 있는 봉분은 묘한 조화를 이루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눈이오름은 여러종류의 화구로 이루어진 복합형 화산체라고 할 수 있다.
오름 기슭자락에는 따라비나 둔지봉, 서검은오름의 주변과 같이 용암암설류의 언덕이 산재해 있는데,
이는 용눈이 화산체가 형성된 뒤 용암류의 유출에 의해 산정의 화구륜 일부가 파괴되면서
용암류와 함께 흘러내린 토사가 이동, 퇴적된 것으로 알오름이나 언덕같은 형태를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
가을이 그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도 오름에는 가을꽃들이 이방인을 맞이하고 있다.


이 오름의 용암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분출된 용암으로 판단되고 있다.
오름의 전사면은 잔디와 함께 풀밭을 이루는 아름답고 전형적인 제주오름의 모습이다.
오름을 오르노라면, 능선 너머 주위의 오름들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는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랑쉬오름, 손지봉, 높은오름 등등
다랑쉬오름에서는 한 마리의 패러글라이딩이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고 있었다.


정상에서의 짧은 휴식이 끝나고 다시 발길을 돌린다.
오름의 능선을 타고 휘돌아 올라 온 한 줄기의 바람이 뺨을 스치며 굼부리 속으로 사라지고,
그 뒤를 따라 갈색 바람이 무리지어 몰려 온다.
바람의 손길에 가슴이 써늘해 짐을 느끼며 옷깃을 여민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 가족의 눈망울에서는 허황된 욕망을 찾을 수 없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고

무겁고 깨질 것 같은 그 독을 들고 아둥바둥 세상을 살았으니
산 죄 크다.

내 독 깨뜨리지 않으려고
세상에 물 엎질러 착한 사람들 발등 적신 죄
더 크다

-- 죄 -- 김용택

봄에 남들과 같이 피지 못하고 드물게 가을에 피어 있는 제비꽃을 보면 가을이 더 쓸쓸해진다.


돌아오며 아끈다랑쉬에서 그 쓸쓸함을 벗어 버렸다.

  • abigail 2004.11.16 20:27
    몇해 전 찾았던 용눈이에서의 허리케인을 잊지 못하겠어요 님의 그림 속에 그날의 기억이 그리움으로 채색되어지는군요

오름이야기

오름을 오르며 느낀 감상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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