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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빛 완연한 오름 - 오름축제를 다녀와서

 

2003년 10월 5일

제42회 탐라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오름축제가 어느덧 4회째를 맞이하였다.

집겹장소인 문예회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8시,

몇명의 회원들이 이미 나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참가자들이 모이는 9시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지만,

여러가지 준비사항을 점검하느라 회장님을 비롯하여 모두들 분주하다.

우리들을 태우고 갈 버스도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다.

버스 앞에 행사 현수막을 걸고 참가자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어느덧 출발 시간이 되고, 참가자들을 태운 4대의 버스가 길을 나선다.

9시30분,

동부산업도로에 접어든 버스가 일요일 아침의 한산한 도로를 시원히 내달린다.

오늘의 코스는 대록산을 오른 뒤 점심을 먹고 안돌과 밧돌을 오르는 일정이다.

대천동사거리를 돌아 정석비행장 방향으로 머리를 돌린 버스는

들판을 가로질러 열려 있는 도로를 따라 정석비행장으로 향한다.

정석비행장 입구에 멈춰선 버스에서 제일 먼저 내리는 것은 역시 아이들이다.

엷은 구름과 따스한 햇쌀이 비추는 화창한 가을의 일요일,

집에 있으면 아직도 이불과 씨름하고 있겠지만

이렇게 자연과 벗삼아 호연지기를 배우게 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10시,

모두 모여 회장님의 간단한 인사와 산행시 주의사항을 들은 참가자들은

소록산의 북서쪽 기슭에서 시작하여 대록산을 휘돌아가는 도로를 따라 천천히발길을 옮긴다.

지천에 피어 있는 온갖 들꽃과 악수하고,

풀을 뜯다 그 순한 눈망울로 바라 보는 소들을 뒤로 하고

바람에 흔들리다 손짓하는 억새를 따라 일행들은 대록산 북쪽 기슭으로 접어든다.

감은이, 성불, 비치미, 개오름, 백약이, 좌보미, 영주산, 따라비.

멀리 보이는 높은오름, 동거미까지

눈 앞에 펼쳐지는 오름들의 군락이 우리를 손짓한다.

오름 기슭을 거의 반 정도 돌아간 곳에 오름 능선을 따라 철조망이 쳐져 있다.

어느 오름을 가도 만날 수 있는 철조망이다.

철조망을 따라 오름의 능선을 오르기 시작한 일행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200명 가까이 참여했으니 그 꼬리가 길 수 밖에 없지만,

아직 오름에 발을 놓지 못한 사람이 있는데 선두는 어느덧 오름의 중턱을 넘고있다.

 

오르다 숨이 가쁘면 동쪽으로 돌아서서 따라비를 한번 보고,

다시 오르다 다리가 아프면 뒤로 돌아 북쪽의 동거미오름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기고,

그래도 허기지면 주저 앉아 말없이 피어 있는 들꽃과 애기를 나눈다.

멀리서 보는 따라비오름의 억새는 예년 같지 않게 보이고,

그 밑의 목장에 있는 억새는 다 베고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느긋하게 오른 오름의 남쪽 정상에는 시원한 가을바람이 일행을 반긴다.

끼리끼리 모여 앉아 간식을 나누어 먹고,

오름회원이 일러 주는 들꽃의 이름도 외워 보고,

주위에 있는 오름을 가르키며 서로 이름을 물어 보기도 하며 휴식을 취한 뒤

11시가 조금 넘어 오름의 남쪽 능선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내려 가면 즐거운 점심시간,

한발 한발 내딛는 일행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정석항공관 동쪽 주차장 옆 잔디밭에서 맛있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한다.

작년 오름축제때 비가 와서 하지 못했던 화산폭발 실험을

이번에는 꼭 하겠다고 준비해 온 회원이

점심을 먹고나자 아이들을 한 쪽으로 불러 모은다.

무엇을 하는지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눈망울이

모래를 뚫고 솟아오르는 화산의 분출을 보며 놀라움의 표정으로 바뀐다.

다음 오름 축제때는 좀 더 인상에 남는 이벤트를 기획하여 보여주는 것도 좋은방법일 것이다.

점심 후 버스로 안돌오름을 향하여 이동을 했다.

송당리 입구에서 버스를 내린 일행들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안돌오름의 남쪽 기슭을 향해 걸어 들어간다.

버스가 가까이 까지 갈 수 있으면 걸어 가는데 드는 힘이 조금은 덜 하겠지만,

그러나 오름을 오르려고 온 사람들이 걷는 것을 마다하면 아니될 일이다.

길가에 피어 있는 물봉선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소들이 모여 있는 목장의 입구로 들어가 안돌을 오른다.

누구 하나 쉬는 사람 없이 한달음에 오른 오름의 남쪽 정상에서

오름의 능선을 따라 북쪽 정상을 향한다.

 

마지막 참가자가 모두 오기를 기다려 오늘 행사의 하나인 오름 이름 알아맞추기와

들꽃 이름 알아맞추기를 시작한다.

참가한 어린이 수 보다 준비한 선물이 적어 안타까웠지만

오름 이름과 들꽃 이름을 외우고 맞추는 아이들의 정성 만큼은 높은 하늘 만큼이나아름답다.

내년 행사에서는 아이들 수와 같은 수의 선물을 준비하여 모두에게 나누어 줬으면하는 바램이다.

 

즐거운 휴식이 끝나고,

힘에 부치는 사람들은 안돌오름을 올랐던 코스로 다시 내려가고,

아직 여분의 힘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밧돌오름을 거쳐 하산한다고 전달한 뒤

밧돌오름을 향하여 선두가 걸음을 옮긴다.

누구 하나 되돌아 가는 사람이 없다.

다리가 아프다는 어린 딸을 달래고 어르며 내려가는 아버지

그 보다 더 어린 아이는 아예 업고 가는 어른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때로는 넘기 힘든 고통도 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하며 오름을 내려온다.

 

다시 포장도로로 나와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를 향한다.

지나가는 트럭이 날리는 먼지를 마시고,

목장에 뿌리는 거름을 싣고 다니는 차에서 나는 농촌의 향기에 젖으며

어느덧 우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시 도착한 문예회관 주차장,

서로 작별 인사하며 오늘의 행사를 마무리하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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