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3318 추천 수 9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수정 삭제


가을이 되면 맨 먼저 생각 나는 오름이 따라비오름이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면
은빛 물결의 출렁이는 억새가 나그네를 반기는 곳.
오름을 돌아 가는 목장과 오름 전체가
억새로 덮여 있어
가을 정취가 남다른 오름이 따라비오름이다.

토요일 오후,
오랫만에 제 시간에 퇴근하여
막내랑 같이 느긋하게 TV를 보다, 언뜻언뜻 잠이 들다,
억새꽃축제가 열린다는 소리에 문득 생각나는 오름,
삼다수 빈병에 시원한 물을 채워 배낭에 넣고
여벌의 옷과 우비를 배낭에 넣어 집을 나선다.

토요일 오후의 비교적 한산한 연삼로를 지나
동부산업도로에 접어 들어 대천동사거리에 도착한 것이 30여분,
대천동 사거리에서 성읍방향으로 약 4.1km 지점에 남영목장 입구 표지판이 있다.
입구로 들어서 삼나무가 양쪽에 심어져 있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1.3km 쯤 들어가면
전봇대와 함께 길이 왼쪽으로 꺽여진다.
길과 함께 왼쪽으로 돌아 조금 들어 가면 목장의 관리사와 우사가 있고
그 보다 조금 더 들어 가면 다시 삼나무가 심어진 비포장도로를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걸어 가는 것이 좋다.
길이 험하여 승용차가 가기에 힘이 드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오름의 정취를 느끼고
오름과 함께 할 마음을 가지고 오름을 가는 사람이라면,
비록 오름에 심어진 삼나무는 밉지만
오름을 향하는 길이 양쪽에 삼나무가 심어진 외길이라면
차에서 내려 걸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따라비를 가는 길은 남영목장길 외에도 성읍2리 모지오름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남영목장 안으로 가는 것이 오름의 형태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향이다.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따라비오름은 표고 342m, 오름의 높이가 107m
둘레는 2,633m, 면적은 448,111㎡이고 저경이 855m인 오름이다.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매끄러운 등성이로 연결되어 한 산체를 이루고,
3개의 굼부리가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말굽형으로 열린 방향의 기슭쪽에는 이류구들이 있다.
이류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비교적 최근에 분출된 신선한 화산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굼부리 하나에는 원형의 돌담이 둘러져 있어
과거에는 경작지로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비라는 이름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다.
김인호 박사(민속학자)에 의하면 따라비(多羅非, 地組岳)는 '다라비'가 원이름이고
고구려어에 어원을 둔다는 것이라고 한다.
'다라'라는 말은 고구려어 '달을(達乙)' '달(達)'에서 온 것으로
'높다'는 뜻이고 '비'는 제주 산명에 쓰이는 '미'에 통하는 접미사로
다라비=다라미, 즉 '높은 산'이라는 뜻이 되며
이 '다라비'가 '따라비'로 경음화한 것이 '따라하비'. '땅하라비'로 풀이되면서
지조악이라는 한자표기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오창명("제주도 오름과 마을 이름", 1998)에 의하면
이는 지나친 천착이라고 했다.

차를 목장 길가에 세워두고 짐을 챙겨 길을 나선다.
토요일 오후 한적한 오름길을 나서는 나그네의 앞에
노랑나비 한마리가 길을 안내하며 날고,
침묵을 깨는 소리에 산새가 자리를 옮긴다.

걸어 가기에는 참으로 긴 길이다.
30여분을 걸어도 고작 오름의 자락에 도착할 수 있는 길이다.
그 긴 길을 들꽃과 산새가 벗을 하지 않으면 어찌 갈 수 있을까?
여기에도 어김 없이 피어있는 가을 꽃이 나그네를 반긴다.
가세쑥부쟁이, 산박하를 비롯하여 엉겅퀴, 여뀌, 이질풀, 나비나물...
가을 오름에 가면 항상 반기는 정겨운 들꽃들이다.

삼나무길을 가다 오른쪽으로 보니 풀을 다 베어버린 목장이 보인다.
삼나무길을 계속 따라 가도 되지만
길을 따라 가는 것보다 목장길로 가는 것도 운치가 있을것 같아 방향을 바꾼다.
발밑에 밟히는 목초의 느낌이 온 몸을 간지럽힌다.
목장은 어느새 풀을 다 베어 겨울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그러면 오름의 자락에도 풀은 다 베어 없고,
군데군데 억새와 잡목만 남아 있을 것이다.
길가에 심어진 삼나무가 따라비오름을 가리고 있고,
아직은 오른쪽에 보이는 새끼오름만이 나그네를 반기고 있다.

삼나무 길을 빠져 나와 오름자락으로 들어갔다.
목초를 베어버린 군데군데 억새가 무더기를 이루고,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는 길이 되어 있다.
작년에는 목초를 베기 전에 와서 지나 가기가 힘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런데로 수월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다.

멀리서 보이는 따라비오름,
오름자락에 있는 억새의 물결이 오름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며
오후의 햇살을 받은 억새의 은빛물결의 눈부심을 기대하며 들어선 오름자락,
그러나,
오름에는 억새가 없었다.
오름 정상에 움직이는 서너명의 사람 그림자만 보일 뿐
매년 오름을 뒤덮었던 억새의 물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오름에 다가 갈수록 그 모습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오름 전체를 뒤덮고 있는 억새를 뚫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의 노래를 들으며 능선을 돌았던 그 기억도
억새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 많던 억새는 다 어디에 갔을까?
마소를 방목하여 마소의 먹이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아쉬움을 떨쳐 버리고 오름을 오른다.
오름을 내려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첫번째 봉우리의 무덤가에서 숨을 몰아쉰다.
능선을 따라 전 봉우리를 돌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가운데 있는 봉우리만 돌기로 하고 다시 걸음을 옮기다가
눈에 들어 오는 하얀꽃이 있어 다가가 보니 흰산박하가 피어 있었다.
식물도감에서는 보았지만 실제로는 처음 보는 꽃이다.
산박하는 보라색 꽃을 피우지만 이 꽃은 하얀색 꽃이 피었다.
변이종이다.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다르면 더 힘든 생활을 하지만
꽃들은 보통꽃과 다르면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오로지 희소가치 하나 때문일까?

억새가 없어 휑한 오름을 가운데 굼부리로 한바뀌 돌아 내려간다.
날은 저물어 가고,
동쪽 하늘에서는 검은 구름이 서서히 몰려오는데
매 한마리가 하늘에 멈추어 있다.
이제 저녁인 것이다.
나도 집으로 돌아가야지...

오름이야기

오름을 오르며 느낀 감상을 올려봅니다.

  1. 억새가 사라져 버린 오름 -- "따라비"

    가을이 되면 맨 먼저 생각 나는 오름이 따라비오름이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면 은빛 물결의 출렁이는 억새가 나그네를 반기는 곳. 오름을 돌아 가는 목장과 오름 전체가 억새로 덮여 있어 가을 정취가 남다른 오름이...
    Reply0 Views3318 file
    Read More
  2. 가을 빛 완연한 오름 - 오름축제를 다녀와서

    가을 빛 완연한 오름 - 오름축제를 다녀와서 2003년 10월 5일 제42회 탐라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오름축제가 어느덧 4회째를 맞이하였다. 집겹장소인 문예회관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8시, 몇명의 회원들이 ...
    Reply0 Views3030 file
    Read More
  3. 오름의 맹주(盟主) -- 성널오름

    5.16도로라는 이름이 과거를 청산하자는 의미로 제1횡단도로로 바뀌었다고 하던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가장 가까운 도로인 제1횡단도로의 중간 지점에 성판악휴게소가 자리잡고 있다. 요즘 관음사 등산로...
    Reply1 Views3789 file
    Read More
  4. 봄, 오름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주변에는 이미 개나리와 목련이 만개하고,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봄꽃들이 예년보다 일찍 개화하리라는 예보와는 달리 궂은 날씨 때문인지 예년과 비슷하게 꽃들이 ...
    Reply0 Views2991 file
    Read More
  5. 섭지코지로 가려거든

    제주도의 동쪽, 신양리 해변인 섭지코지에 때아닌 강풍이 불고 있는 모양이다. 그 배경은 섭지코지가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 드라마 ‘올인’의 제작 현장이기 때문이다. 섭지코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나 ...
    Reply0 Views2937 file
    Read More
  6. 오름을 오르며..

    사람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항상 생활하는 지상에서 바라보는 자연경관과 어쩌다 한번 접할 수 있는 하늘에서 보는 풍광이나 아니면 동굴속에 들어가서 보는 독특한 세계의 자연이 ...
    Reply0 Views2984 file
    Read More
  7. 용눈이오름의 일몰과 월출

    오늘이 음력 정월 열 나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다. 내일이 정월대보름인데 걱정이 말이 아니다. 저녁9시 종합뉴스에 내일의 날씨는 예상강수량의 20∼30mm라니,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에 ...
    Reply0 Views3250 file
    Read More
  8. 눈내리는 오름 - 알밤

    2003년 1월 4일 토요일 소한을 이틀 앞두고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 많은 눈이 내렸다. 시내 주요도로도 체인을 치지 않으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마침 토요일이라 큰 혼잡은 없었지만, 매주 일...
    Reply0 Views3044 file
    Read More
  9. 둔지봉에서 맞은 2003년

    2002년을 보내고 2003년을 둔지봉에서 열었다 둔지봉은 내가 1월1일 일출을 보기 시작한 2000년 빙판길을 뚫고 표선에서 맞은 일출 이후 매년 찾는 오름이다. 새벽 5시반 약속장소인 오바('오름에 부는 바람'의 준말...
    Reply0 Views3135 file
    Read More
  10. 비에 젖은 오름.......

    금요일부터 오기 시작한 비가 그치지를 않고 있는 중에 강원도 지방은 또 다시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보도가 있다. 조금 늦게 잠이 깨어 서둘러 약속장소에 이르니 날씨 때문인지 모여있는 회...
    Reply2 Views2738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